4월 국회가 확정한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26조2,000억 원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으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쳐 서민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수립됐다. 따라서 고유가 부담 완화·취약계층과 청년 지원·중동전쟁으로 인한 산업 피해 최소화 등에 쓸 수 있는 초과세수가 생겼다는 점은 가뭄에 단비다.
재정전문가로서 주목하는 것은 지난 6년간 세수의 흐름이다. 문재인 정부(2021·2022년) 대규모 초과세수(61조3,000억 원·52조6,000억 원)가 발생했고, 윤석열 정부 시기(2023·2024년) 대규모 세수부족(56조4,000억 원·30조8,000억 원)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올해 다시 큰 규모의 초과세수(25조2,000억 원)가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변화가 이를 일부 설명하지만, 이 정도 세수 진폭을 설명하긴 어렵다. 결국 핵심 변수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었다.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핵심이라면, 이번 초과세수는 '우발적 세입'이 아니다. 최근 세수 흐름은 인공지능(AI) 관련(반도체 등) 세수가 대폭 상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500조 원을 넘겨, 내년 법인세가 1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AI와 제조업 기술을 동시에 갖춘 나라로서, 'AI 배당'을 법인세 수입으로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2024년 정변의 혼란을 극복하여 전 세계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민주국가가 된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한국 기업의 활약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이러한 세입 여건 상향으로 기존 국세 세입 5개년 전망에 비하여 매년 약 30조 원의 추가 세입 여력이 확보됐다. 이 중 20조 원을 적극재정에, 10조 원을 적자 감소에 배분하면 관리재정수지는 3.5~4.0% 수준에 머문다. AI 경제학의 최고 전문가 안톤 코리넥 버지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AI 시대에는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해 약화하는 중산층·서민의 노동소득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재정정책 패러다임이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세입추경의 특징과 향후의 재정정책을 이러한 큰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적극재정과 함께 재정 구조의 단호한 혁신도 필요하다. 과거 기준의 관성적 지출과 재정 기득권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지방재정·지방교육재정의 규모는 1960~1970년대 도입한 세입 우선 방식을 벗어나 소요 내역을 근거로 우선 순위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 AI·빅데이터 시대에는 지방부문을 포함한 모든 지출의 재정소요를 상세하고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적극재정과 단호한 재정혁신을 병행하면, 대한민국은 우리와 재정 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재정적 어려움을 답습하지 않고 AI 시대의 새로운 궤도를 달리는 강국이 될 것이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 원장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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