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81명 “항의·연락받아”
돈 물어내라며 송금 요구하기도
본인·가족에 ‘해코지’ 위협까지
챗GPT 생성 이미지.
지난해 미국인들의 ‘합법적’ 스포츠 도박 베팅액은 1669억4000만달러(약 229조원)에 달했다. 2024년보다 11% 증가한 수치다. 2018년 연방 대법원이 각 주 정부가 스포츠 도박 허용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판결한 이후 시장은 빠르게 팽창했다.
스포츠 도박 역시 돈을 따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더 많다. 돈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는 곧장 선수들에게 향한다.
디애슬레틱은 31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스포츠 베팅으로 돈을 잃은 팬이 직접 항의하거나 연락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8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SNS 계정을 닫아 놓거나 아예 쓰지 않아도 팬들의 추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선수 가족의 SNS 계정까지 찾아내 욕설을 남긴다. 경기를 잘해도 폭언을 피할 수는 없다. 최근 스포츠 도박은 단순한 경기 승패뿐 아니라 삼진을 몇개 잡았는지, 첫 타석에서 아웃됐는지, 안타를 쳤는지 등 경기 중 벌어지는 온갖 상황을 베팅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잃은 돈을 물어내라며 선수에게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 투수는 디애슬레틱에 온라인 송금 앱을 통해 3000달러를 보내라는 요구를 두 경기 연속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말로 받아쳤지만, 두 번째에는 “나는 하루에 3000달러보다 훨씬 더 많이 번다”며 실제로 돈을 보냈다고 했다.
선을 넘는 협박도 이어진다. 설문에 답한 또 다른 투수는 “때로 집 주소가 적힌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그때부터는 섬뜩해진다”고 말했다. 한 외야수는 “‘네가 죽으면 좋겠다’ ‘가족이 죽으면 좋겠다’는 협박을 매일 받는다”고도 했다.
2024년 전 세계 테니스 선수들을 겨냥한 SNS 폭언 게시물 1만2000건 가운데 절반은 스포츠 도박으로 돈을 잃은 이들이 작성한 것이었다. 미국프로농구(NBA) J B 비커스태프 감독은 도박꾼에게 협박 전화를 받고 신고했다. NBA 스타 타이리스 핼리버턴은 과거 “사람들에게 나는 베팅 대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미국 육상 선수는 상대 선수에게 돈을 건 팬이 도박에서 이기려고 대회 내내 자신을 따라다니며 야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 선수들까지 괴롭힘을 당한다. 지난해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설문조사에서 디비전1 남자농구 선수의 36%가 스포츠 도박과 관련해 SNS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대학 미식축구 최상위 등급(FBS) 선수의 16%는 위협적인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스포츠 중계 중 베팅 광고를 금지하고 하루 베팅 횟수를 제한하는 한편 대학 스포츠를 대상으로 한 베팅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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