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과탐 응시생 20만 명대 중반까지 추락 전망… 13년 만에 최소 규모
‘사탐런’에 화학·물리 멸종 위기…화학 80.6% ‘급감’ 이공계 기초 붕괴 우려
“서울대 필수 지정에 상위권 쏠림 부담…고2 응시자 14.7% 급감 기피 가속화”
물리학과 학생들의 고품질 이차원 나노 반도체 성장을 위한 유기금속 화학증착 장비 활용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대한민국 이공계 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학탐구(과탐) 응시 인원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견되면서다. 특히 난도가 높고 계산이 복잡한 화학과 물리 과목에 대한 수험생들의 ‘전략적 기피’가 극에 달하면서, 점수 따기 쉬운 과목으로만 몰리는 학력 불균형 현상이 입시 현장을 뒤덮고 있다.
15일 종로학원이 연도별 수능 응시 현황과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모의고사 응시 추세를 정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7학년도 수능 과탐 과목별 총 응시 인원은 20만 명대 중반까지 하락하며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 “과탐의 몰락”… 10년 새 응시자 37% 증발 =
과탐 응시 인원의 하락세는 가파르다. 탐구 최대 2과목 응시 체제가 처음 적용된 2014학년도 당시 과탐 과목별 전체 응시 인원은 47만 1740명에 달했다. 그러나 통합수능 도입 이후 급격히 줄기 시작해 2026학년도에는 29만 7139명으로 첫 20만 명대를 기록한 데 이어, 2027학년도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20만 명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심각한 곳은 ‘화학’이다. 화학 과목 응시자는 2014학년도 14만 6961명에서 2026학년도 2만 8563명으로 무려 80.6%가 급감했다. 사실상 10여 년 만에 응시생 규모가 ‘5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특히, 최근 2년새 화학은 2025학년도 4만 9434명에서 2만 8563명으로 42.2% 감소했다. 물리학 역시 2026학년도 응시자가 전년 대비 24.9% 줄어드는 등 기초 과학 과목들이 수험생들의 선택지에서 지워지고 있다.
(자료=종로학원)
■ 고2 데이터가 증명한 ‘탈(脫) 과탐’… 사탐런이 주원인 =
이러한 추세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2027학년도 예비 수험생)들의 데이터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고2 학생들이 치른 지난해 10월 교육청 모의고사 기준, 과탐 과목별 응시 인원은 직전 연도 대비 14.7%나 감소했다.
과목별로는 화학의 감소폭이 18.4%로 가장 컸으며, 물리학(-15.9%), 지구과학(-15.7%), 생명과학(-10.8%) 등 4개 과목 모두 두 자릿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입시 업계에서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학습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로 대거 이동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과탐 응시 인원을 끌어내리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 “상위권과 붙기 싫다”… 서울대 필수 지정의 역설 =
수험생들이 화학과 물리를 기피하는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서울대학교의 선발 방침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대는 의예과를 비롯해 기계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등 주요 공과대학 지원 시 물리나 화학 중 1과목을 필수 응시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화학과 물리에 ‘초고득점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게 되면서,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등급 확보의 불리함을 피해 지구과학이나 생명과학, 혹은 아예 사탐으로 도망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화학 과목 특유의 복잡한 계산 문항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지며 ‘화학 멸종’ 위기를 부채질했다.
■ “이공계 집중 육성 정책과 엇박자… 교육적 손실 우려” =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분석 자료를 통해 과탐 응시 불균형이 가져올 국가적 차원의 인재 양성 문제를 경고했다.
임 대표는 “정부가 반도체와 이공계 인재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입시 현장에서는 물리와 화학 등 중요 기초 과목에 대한 비선호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특정 과목에 대한 쏠림과 회피는 수험생들에게 극심한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수능이 통합과학 체제로 개편되면서 과학 특정 영역에 대한 개별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현행 체제의 마지막 수능을 치르는 2027 수험생들에게는 과탐 과목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부담스러운 상황이며, 오는 5월 학평에서 처음으로 과탐 2과목 응시 결과가 나오면 수험생들의 눈치작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2027학년도 대입은 ‘점수 따기 유리한 과목’을 찾는 수험생들의 전략적 판단이 극에 달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기초 과학의 공동화 현상 속에서 수험생들은 본인의 학습 부담과 대학별 필수 지정 여부를 냉철하게 따져 최적의 탐구 조합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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