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박규찬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2026년 1조 3200억달러 규모로 급등하면서 산업의 중심축이 본격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번 급등의 핵심에는 AI 인프라 확산과 공급 제약이 맞물린 ‘메무플레이션(memflation)’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로운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이미지 [사진=각 사]
가트너는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2026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 3200억달러(약 208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대비 64% 급증한 수치로 지난 20년간 최대 성장률이다.
2024년 이후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2026년은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메모리 가격 급등 현상을 ‘메무플레이션(memflation)’으로 정의하며 공급 제약과 AI 서버용 수요 폭증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D램 125%·낸드 234% 폭등, 메모리 시장 6000억 달러 대로 확대
2026년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125% 상승, 낸드 플래시는 234% 폭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한 가격 급등은 일시적이지만 본격적인 하락은 2027년 하반기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2026년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6333억 달러로 급증하며 전년(2163억 달러) 대비 193% 성장할 전망이다. 비메모리(6869억 달러)와 비슷한 규모로 반도체 시장 전체의 절반을 메모리가 차지하게 된다.
AI 반도체, 전체 매출의 30% 차지…GPU 독점 시대의 균열
AI 반도체는 2026년 반도체 매출의 약 30%를 점유하며 새로운 주류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인프라 투자가 크게 확대되면서 AI 관련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2025~2027년까지의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 추이 예측 [자료=가트너]
가트너는 2026년 AI 인프라 투자금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시장은 엔비디아 단일 GPU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 각 기업별 커스텀 ASIC·AI 가속 칩 설계 경쟁으로 전환 중이다. 이에 따라 AI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크 IC, 전력 효율 최적화를 위한 파워반도체 등 AI 생태계 전반의 칩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AI가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한편 기존 범용 ICT·자동차·가전용 반도체 시장은 ‘역풍’을 맞고 있다.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 라지브 라즈풋(Rajeev Rajput)은 “메무플레이션 영향으로 일반 반도체 수요 회복은 2028년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테크기업들은 2026년의 고가격 환경을 전제로 전략을 준비해야 하며 장기 공급 계약은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DDR5 확대로 메무플레이션 수혜
이번 시장 변화에서 가장 큰 수혜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꼽힌다. 두 회사는 글로벌 D램과 낸드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AI 트레이닝용 HBM(High Bandwidth Memory) 공급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가트너는 “AI 서버용 D램 수요가 2026년 전체 D램 출하량의 3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은 HBM3E·DDR5·낸드 V10 세대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이 70조 원 이상, SK하이닉스 또한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공급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의 전략적 공급망 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적 팽창에서 전략적 ‘선별’의 시대로”
가트너는 이번 전망을 단순한 시장 성장 곡선이 아닌 반도체 산업 구조 탄성의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AI 중심의 수요 체계가 확립되면서 PC·모바일 중심의 양적 확대 시대가 종료되고 ‘누구에게 팔 것인가, 무엇에 최적화할 것인가’가 시장 주도권을 결정하는 선택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AI 특화 반도체 기업과 범용 칩 기업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2026년은 반도체 산업이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선별로 이행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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