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시상식서 상금·상패 수여
염지혜, 영상작품·회화 등 소개
예술 통한 사회 참여 등 기준 심사
이상욱, 면·린넨 소재로 실루엣
지역 디자이너 지속적 활동 지원
염지혜 작 ‘불 습작’
2026년 제7회 박동준상 미술부문에 염지혜 작가, 패션부문에 이상욱 디자이너가 선정됐다. (사)박동준기념사업회는 올해의 인물을 이같이 선정하고, 13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갤러리분도에서 ‘2026 박동준상’ 시상식을 연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2천만원과 상패가 수여되며, 시상과 함께 미술 전시와 패션 이벤트도 마련된다. 염지혜 작가의 수상전시는 갤러리분도에서 13일부터 12월 11일까지 이어지며, 이상욱 디자이너는 이날 2027년 봄·여름(27SS) 시즌 컬렉션을 선보인다.
미술부문 수상자인 염지혜 작가는 과학적 데이터와 역사적 기록, 구전된 경험과 가상의 서사를 영상과 설치, 회화로 풀어내며 동시대 사회의 복잡한 관계망을 탐구해왔다. 바이러스와 플라스틱, 인공지능 등 현대 문명을 구성하는 물질과 기술을 매개로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살피고, 문명이 외면해온 비가시적 연결망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수상전시의 제목은 영문 대문자 O를 활용한 ‘OOO’로 정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구멍’ 시리즈를 비롯한 영상 작품과 ‘습작’ 시리즈 회화를 함께 소개한다. 특히 ‘구멍’ 시리즈는 인간과 비인간, 중심과 주변, 물질과 기술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구멍을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관계망으로 바라본다.
영상작품 ‘지구내장구멍’(2026)은 작가가 직접 촬영한 영상과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를 결합해 제작했다. 인체의 소화기관 일부가 플라스틱 관으로 대체된다는 상상에서 출발해, 유기체의 내장 운동을 낯설고 기이한 이미지로 구현한다. 개별 신체의 내부를 넘어 이를 감싸는 거대한 내장과 터널, 지구의 이미지로 확장하며 생명과 물질,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영상 애니메이션과 함께 제작한 15호 캔버스 회화 연작인 ‘불 습작’, ‘이빨 습작’, ‘징후 습작’, ‘공생 습작’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그래픽적인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들은 현실의 대상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의 구조와 징후를 시각화한다. 인간 중심의 질서가 낳은 불균형과 그 안에 내재한 위험성을 짚으며, 지구상의 다양한 존재가 맺는 공생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염지혜 작 '지구내장구멍'.(사)박동준기념사업회 제공
염지혜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와 골드스미스대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개인전 ‘홀홀홀 HoleHoleHole’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은 피노 컬렉션과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패션부문 수상자인 이상욱 디자이너는 2009년 여성 패션 브랜드 ‘디아서(the Author:)’를 론칭한 뒤 국내 온·오프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성장시켜왔다. 2018년 파리 패션 전시회 ‘후즈 넥스트(Who’s Next)’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으며, 이후 파리 ‘프리미에르 클라스(Premiere Classe)’, 뉴욕 ‘코트리(Coterie)’, 서울 트레이드 쇼 등에 참가하며 판로를 넓혔다. 현재 프랑스와 벨기에, 이탈리아, 미국, 베트남 등 10여 곳의 해외 리테일숍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선보일 디아서의 27SS 컬렉션 주제는 ‘보헤미안 미니멀리즘(Bohemian Minimalism)’이다. 보헤미안 특유의 자유분방한 낭만과 미니멀리즘의 절제된 미학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면과 린넨 등 자연스러운 질감의 천연 소재를 중심으로, 대구 지역 원단업체 텍스퀘스트의 면·나일론 혼방 소재를 조합해 기능성과 입체감을 살린 실루엣을 선보인다.
디아서는 예술적 영감을 바탕으로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착용자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디자인을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가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다.
한편 박동준상은 패션과 미술을 접목하며 한국 패션계와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고(故) 박동준(1951~2019)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박동준은 2006년부터 타계 직전까지 P&B 아트센터를 운영하며 상업성보다 예술성을 중시하고 예술가 지원에 힘썼다. 박동준기념사업회는 2020년부터 패션·미술 부문을 교차 시상해왔으며, 2024년부터는 두 부문을 매년 함께 시상하고 있다.
이번 수상자 선정은 미술부문의 경우 시대적 담론을 반영한 창작 개념과 주제, 기법의 독창성, 성장 가능성, 예술을 통한 사회참여 등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패션부문은 대구·경북 지역 디자이너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 아래 서류심사와 실물 의상 및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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