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1억1000만원 찍은 비트코인 '숨고르기'...고유가·고금리에 상승세 제동

가파르게 반등하며 1억1000만원선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이 고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라는 복병을 만나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생산자물가까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1억1000만원 찍은 비트코인 '숨고르기'...고유가·고금리에 상승세 제동

비트코인이 고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라는 복병을 만나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출처=연합뉴스]

가파르게 반등하며 1억1000만원선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이 고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라는 복병을 만나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생산자물가까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다만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가격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중순부터 가파른 반등세를 나타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지난달 13일 8900만원선이던 비트코인은 18일 9000만원선을 회복한 데 이어 20일 1억원을 넘어섰다. 25일에는 1억1000만원선까지 올랐다. 12일 만에 약 2100만원, 24%가량 상승한 셈이다.

당시 상승세에는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국채금리 안정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하락에 베팅했던 숏 포지션이 청산되는 '숏 스퀴즈'가 발생한 데다 현물 비트코인 ETF로 신규 자금까지 들어오며 상승폭을 키웠다.

그러나 이달 들어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미국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브렌트유 11월물도 6.34% 오른 배럴당 107.63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서도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부각됐다.

유가 급등은 비트코인에도 부담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생산비를 끌어올리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의 투자 매력은 높아지는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실제 미국 국채금리도 가파르게 뛰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95%를 넘어서며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5.360%로 마감해 2004년 6월 이후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물가지표도 시장의 경계심을 높였다.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특히 디젤유 가격이 한 달 사이 24.1% 뛰는 등 에너지 부문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고유가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비트코인의 상승 탄력도 둔화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11일 오전 한때 7만6000달러대로 내려왔다. 이더리움과 솔라나, 엑스알피(XRP) 등 주요 알트코인도 동반 약세를 나타내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으로 위험회피 흐름이 확산했다.

다만 현물 비트코인 ETF의 자금 흐름은 가격을 지탱하는 요인이다. 대형 시장조성업체 윈터뮤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현물 비트코인 ETF에 약 10억달러가 유입됐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기관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매도 압력을 일부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심리도 아직 극단적인 위험회피 국면으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코인마켓캡의 'CMC 가상자산 공포·탐욕 지수'는 68로 '탐욕' 구간을 나타냈다. 가격 조정에도 시장 참여자들의 낙관적인 심리가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향후 비트코인의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미국 물가와 연준의 통화정책을 꼽고 있다. 15~16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공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첫 관문이다. 고유가가 소비자물가까지 밀어 올린 것으로 확인될 경우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

윈터뮤트의 장외거래(OTC) 트레이더 재스퍼 드 메어는 비트코인의 주요 가격 범위로 7만5000~8만2000달러를 제시했다. 당분간 이 구간에서 등락하다 상단이나 하단을 벗어나는 시점에 새로운 방향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체계가 구체화될지도 변수다. 미 의회에서는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CLARITY)법'의 새 초안이 논의되고 있다. 600쪽이 넘는 초안에는 탈중앙화금융(DeFi)과 전통 금융회사의 일부 활동에 관한 조항이 수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 처리 과정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절차 표결에는 60표가 필요한 가운데 민주당 측이 초당적인 윤리 규정 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충분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비트코인은 현물 ETF를 통한 자금 유입과 미국의 규제 명확화 기대라는 상승 재료, 고유가와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하락 재료가 맞서는 구간에 들어섰다. 단기적으로는 CPI와 FOMC가 금리 경로에 어떤 변화를 줄지가 가격 방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클래리티법'을 비롯한 미국의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가 추가 상승 여력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