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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9년 전 황유미 그리고 지금 반도체는 ⑥] 작업환경 은폐 수단 된 산업...

그래서 지금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이 법을 앞세워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를 은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 문제를 지적하는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질의에 "2019년에 도입된...

[19년 전 황유미 그리고 지금 반도체는 ⑥] 작업환경 은폐 수단 된 산업...

▲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만 알았던 반도체산업이 사람의 생명을 꺼뜨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19년 전 고 황유미씨를 통해 알려졌다. 그 이후 지금, 반도체산업을 묻는 연속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그동안 우리 사회 산업재해 예방 정책들은 주로 책임 있는 기업이나 경영자를 무겁게 벌하는 방식 위주로 논의돼 왔다. 산업재해 문제에 각별한 의지를 표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기본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 또한 중요한 과제이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같이 의미 있는 변화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업무상 질병’ 문제에서,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 현장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암이나 희귀질환 문제에서 징벌 중심의 대책이 갖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적’ 대책일 뿐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위험의 원인과 발생 양태는 빠르게 변하는데 법적 제재수단의 도입과 집행은 항상 늦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올림 등 시민단체들은 오래전부터 현장 노동자들이 안전보건 활동의 단단한 주체가 돼야 하고, 그에 걸맞은 ‘권리’가 그들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권리의 시작은 ‘알권리’가 돼야 한다고 또한 주장해 왔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위험에는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그토록 많은 직업병 피해가 발생한 것과 그 노동자들이 현장에 산재한 위험을 잘 알지 못했던 것이 결코 무관하지도 않았다.

반올림은 2015년부터 국회에 ‘노동자 알권리법’ 도입 방안을 제안해 왔고, 삼성 반도체공장 ‘안전보건진단 보고서’, ‘특별감독 보고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등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도 제기해 왔다. 2018년과 2019년, 법원은 이 문서들의 공개를 명하는 판결을 잇따라 선고했다. 노동자의 알권리를 확장하는 의미 있는 판결들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성과를 일거에 뒤집는 법률 개악이 국회에서 있었다. 2019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새롭게 들어온 것이다(법 9조의4).

무엇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일까. 그에 관한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탓에, 해당 기술이 운용되는 사업장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가 이 법에 따른 비공개 대상이라는 주장이 횡행할 수 있게 됐다. 뒤늦게 문제를 깨달은 국회의원 15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와 재개정 약속을 하는 촌극까지 빚어졌으나, 이 법은 아직도 고쳐진 게 없다. 그래서 지금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이 법을 앞세워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를 은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 문제를 지적하는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질의에 “2019년에 도입된 산업기술보호법 9조의4(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의 비공개)는 비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안보나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보는 공개되도록 했다”고 답했다. 이 법의 해악과 숱한 악용사례에 대해 사실상 눈감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무너져 내리던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모습이 그러했다. “진짜 대한민국”을 말하는 이재명 정부는 어떻게 다를까.

이재명 정부는 정보공개를 확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것을 국정 주요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대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며 “노동자를 보호 객체에서 예방 주체로 세워야 한다. 노동자들의 알권리, 참여할 권리, 피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매우 반가운 발언이었다. 하지만 ‘직업병 예방을 위한 알권리’ 문제와 관련해 제도적으로 어떤 변화가 모색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 알권리의 현실이 어떠한지부터 살펴야 한다. 온갖 유해요인들이 산재한 일터에서 현재 일하고 있거나 과거에 일했던 노동자들이 그 유해요인들을 얼마나 알 수 있는가부터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알 수 없는 위험이 가장 큰 위험이다. 노동부 장관이 강조한 ‘노동자의 산재예방 주체성’은 노동자가 일터에 존재하는 모든 위험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업환경 은폐수단이 되고 있는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하고, 전현직 노동자의 알권리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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