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축소·해외투자 확대 ‘발목’…지정학적 리스크 겹치며 원화 약세
서학개미·국민연금 달러 수요 급증…전문가 “단기 충격 아닌 구조적 문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조혜승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나들며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상승을 중동 전쟁 같은 단기 변수보다 이미 형성된 '구조적 고환율 흐름' 위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덧씌워진 결과로 보고 있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34분 기준 1496.52원으로 전일 대비 9.82원 상승해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는 1517.3원까지 치솟았다가 16.7원 하락 마감했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환율은 중동 리스크 이전부터 이미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올해 들어 1월 초부터 140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며 '고환율 구간'에 진입했다. 이후 지정학적 긴장이 겹치며 1500원대를 터치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보면 지난 1월2일 1466.6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2월 한때 143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다시 1470원 안팎으로 상승하며 1400원대 중후반이 사실상 새 정상 범위로 자리 잡는 흐름을 보였다.
이달 들어서는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추가 보복 가능성을 경고한 이후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경상수지 축소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달러 수요 증가 △한국 경제의 대외 충격 취약성 △미국 고금리 기조 등을 꼽는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돼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1037억달러로 지난해 전망치보다 120억달러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경쟁력 약화와 개인·기업의 해외투자 증가로 달러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확대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집중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개인의 미국 주식 매수 규모는 47조원을 넘어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국민연금 역시 전체 자산의 58%를 해외에 투자하며 원화 환전 수요를 키웠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해외 주식 자산이 약 256조원임을 고려하면 약 32조원 규모 자금 환입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 고환율 흐름 자체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한·미 합의에 따른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을 대외 변수에 민감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부채 문제로 방어수단이 제한된 시장으로 인식해 '원화 디스카운트'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균형축이 1400원대에서 1500원대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경상수지 흑자 축소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원·달러 환율 급등은 단순한 지정학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고환율 환경에 전쟁 리스크가 겹쳐진 결과라는 점에서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환율 레벨 자체도 역사적 고점 구간에 근접해 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18.4원까지 상승해 월중 고가 기준 역사상 8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1997년부터 1998년 외환위기, 2008년부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오르 1500원대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장기화 조짐을 고려하면 원·달러 하락 전환보다 추가 상승 여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환율 고전 판단의 기준은 다양하나 지금처럼 상황이 복잡할수록 더욱 단순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에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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