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재량껏 사용…균형발전·교통·정주 투자 박차
판 바뀐 행정통합 지원금…‘전남광주시 자본’ 성격 강화
정부 인센티브 지원 방식 구체화…20조 사용처 논란 일단락
2026년 08월 26일(수) 21:10
/AI 생성 이미지
전남광주시 출범의 최대 인센티브인 20조원 재정지원이 ‘국가가 사업을 정해 돈을 내려보내는 방식’에서 ‘전남광주시가 장기·안정적으로 운용할 재원’으로 성격이 바뀔 전망이다.
정부가 20조원 가운데 6조원을 반도체 계정으로 분리하고 나머지를 일반 계정(기금 출연)으로 지원키로 해 전남광주시가 14조원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이에 따라 한 때 20조원 전액을 반도체에 투입할 수 있다는 구상이 나오면서 불거진 ‘반도체 몰빵’ 논란도 불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통합지원금의 지급 수단으로 ‘출연’을 선택한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광역 행정통합 인센티브를 발표하면서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지원을 약속했다.
당시 정부가 제시한 원칙은 단순한 국고보조 확대가 아니었다. 국가재원을 재배분하고 “지역 현안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원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20조원이 정부 부처별 기존 국고보조사업과 SOC 사업, 지방비 매칭사업을 합산한 숫자가 된다면 통합으로 새롭게 확보하는 재원이라는 의미가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광주시의회에서도 기존 국비사업이나 이미 계획된 SOC를 20조원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며 ‘순증 재원’을 요구해 왔다.
출연 방식은 이 같은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구조다.
중앙정부가 법률에 근거해 전남광주시 기금에 재원을 출연하고, 기금 안에서 용도별 계정을 나누면 매년 개별 부처 사업을 하나씩 확보하는 방식보다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기 쉬워진다. 특히 일반 계정이 별도로 확보될 경우 광역철도·도로 등 교통망과 주거·교육·문화 등 정주환경, 인재 유치, 지역 간 격차 해소 사업을 통합특별시가 우선순위에 따라 설계할 여지도 넓어진다.
통합지원금과 반도체 투자 사이의 관계도 한층 명확해졌다.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20조원의 80%를 산업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당선 이후에는 이를 대규모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는 ‘마중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 시장은 정부가 약속한 20조원 가운데 “최소 5조원, 필요하다면 모두를 투입”해서라도 반도체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반도체 유치 의지를 부각했지만 전남권을 중심으로 “20조원이 특정 산업에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반발도 불러왔다.
이번 정부안대로라면 논란도 일정 부분 교통정리가 가능해진다.
전체 20조원 가운데 반도체 지원액은 2027~2030년 매년 1조5000억원씩 6조원으로 별도 계정화하고, 나머지 14조원은 일반 계정으로 남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통합에 따른 교통·정주·균형발전 재원을 별도로 확보하는 절충점인 셈이다.
무엇보다 6조원은 지방정부가 반도체 산단의 모든 비용을 떠안는 돈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29일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당시 대규모 산업벨트를 조성하려면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분담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6월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는 지방정부에만 “짐을 지우진 않겠다”는 취지로 강조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을 적정하게 나눠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단 전력·용수 인프라 사업의 예타 면제와 함께 별도로 6조원 규모의 ‘통합재정지원 출연사업’을 의결했다.
6조원은 기반시설뿐 아니라 전·후방 산업생태계와 인력양성까지 종합 지원하는 재원으로 설계됐다.
결국 앞으로의 핵심은 특별법이다.
현행 특별법에는 국가의 재정지원과 기존 균형발전기금 근거는 있지만 중앙정부가 20조원 규모의 통합지원금을 별도 기금에 출연할 수 있는 명확한 통로가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통합 지방정부 지원기금’ 설치와 정부 출연 근거를 법률에 새로 넣어야 한다.
특히 법 개정 과정에서 매년 5조원씩 4년간 20조원의 규모와 지원 기간을 어디까지 명문화할지, 기존 국고보조사업과 분리된 순증 재원이라는 점을 어떻게 담보할지가 중요하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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