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 99.5% 찬성, 10곳 중 8곳 전 안건 찬성
사외이사 반대·보류·기권 의결 0.9%에 그쳐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이사회 안건에 사실상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감시와 견제라는 제도 취지와 달리, 실제 운영에서는 독립성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을 비교할 수 있는 시총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90개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99.49%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0.0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조사 결과를 보면 사외이사 전원이 상정된 모든 안건에 찬성한 기업은 71곳으로 전체의 78.9%에 달했다. 10곳 중 8곳 가까운 기업에서 사외이사 반대가 사실상 한 차례도 없었다는 뜻이다.
전년의 78곳(86.7%)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절대다수 기업에서 이사회 내부 견제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 안건 처리 결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90개 기업 이사회에 오른 안건은 총 3514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부결되거나 보류된 안건은 13건으로 0.4%에 그쳤다.
전년보다 0.1%포인트 늘긴 했지만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이사회에서 제동이 걸린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사외이사 가운데 단 1명이라도 찬성 이외의 의사를 표시한 안건도 많지 않았다.
반대나 보류, 기권 등이 나온 안건은 32건으로 전체의 0.9%였다. 전년 0.7%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별로 보면 사외이사의 견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곳은 유한양행이었다.
유한양행의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은 93.4%로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년 96.7%와 비교하면 3.3%포인트 떨어졌다.
뒤를 이어 고려아연 94.6%, 네이버 95.7%, HMM 96.3%, SK 96.4%, 기아 97.0%, 카카오 97.2%, 미래에셋증권 98.6%, 기업은행 98.6%, 카카오뱅크 98.7% 순으로 집계됐다.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찬성률을 보였지만 이들 역시 전체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찬성 기조를 유지했다.
이사회가 다룬 안건 성격을 보면 사업·경영 관련 안건 비중이 가장 컸다.
해당 비중은 37.3%로 전년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이어 인사·보수 안건이 17.2%, 특수관계인 거래가 16.7%, 기타 안건 10.5%, 자금 관련 9.4%, 규정·정관 관련 8.9% 순이었다.
재계 안팎에선 사외이사 제도가 외형적으로는 자리 잡았지만 실제로는 경영진이나 최대주주를 실질적으로 감시·견제하는 역할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업·경영, 인사·보수, 특수관계인 거래처럼 이해상충 가능성이 큰 안건에서도 반대 의사가 드물다는 점은 제도 실효성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사외이사는 원래 경영진 독주를 막고 주주와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판단을 보완하는 장치다.
하지만 찬성률이 99%를 웃도는 구조가 반복되면, 이사회가 경영진의 결정을 추인하는 절차로만 기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면 사외이사 선임 절차의 독립성을 높이고 안건별 판단 근거와 표결 결과를 더 충실히 공개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
#사외이사
#이사회안건 찬성률
#CEO스코어
#시가총액 상위 100대기업
#기업지배구조
김한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좋아요
0
훈훈해요
0
슬퍼요
0
화나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