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진행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특별검사에게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문재인 정부 관련 사건까지 수사 범위를 넓힌 조작기소 특검법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검법을 소위로 넘긴 데 이어 오후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잇따라 의결했다. 법사위는 국민의힘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에서 1시간 동안 논의했지만 소위 수정안이 그대로 채택됐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윤석열은 정권을 잡고 정치검찰·국정원·감사원 등을 이용해서 정적을 제거하려고 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잘못된 것, 감사원과 국정원에서 잘못된 것을 밝혀야 할 때가 됐다. 이번에 정리하지 않는다면 향후에 또다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국민의 열망을 받아낸 특검법”이라고 말했다.
회의 시작 전부터 회의장 앞 바닥에 앉아“민생 무시 조작 특검,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던 국민의힘은 전체회의에서도 “이재명 대통령 죄 지우기”(윤상현 의원)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은 특권층이니까 봐준다는 것 하나랑 수사한 검사들 다 보복해야 한다는 법안 아니냐”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서 위원장을 향해 “민주화 운동의 끝이 권력자의 죄를 없애는 것이냐”며 “이런 일을 하려고 이화여대 학생회장이었다는 걸 그렇게 자랑스럽게 얘기했느냐. 부끄럽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후 총학생회장 이력을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자 서 위원장은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허위사실 나가서 하라. 바로 법적 조치 해줄 테니까”라며 “뒤를 캤는데 잘못캤다”고 맞받았다.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전체회의에 조작 기소 특검법 반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특검법에는 특검이 공소취소를 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겼지만, 이날 수정안에서는 관련 조항 두 곳이 삭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시고 진상규명에만 집중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특검이 다른 수사기관의 사건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이첩요구권 조항도 없앴다. 김의겸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소위 직후 “공소취소 여부와 관련된 내용은 말끔히 삭제했다”고 말했다
수사 대상에는 ▶문 전 대통령 사위 취업 관련 뇌물수수 의혹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드 기밀 유출 혐의 사건이 새로 포함됐다. 기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항목에는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추가했다. 이 대통령 관련 대장동ㆍ위례ㆍ백현동 개발 의혹, 대장동ㆍ백현동 관련 허위사실 공표, 성남FC 후원금, 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의혹 사건 등은 유지했다. 대장동ㆍ위례ㆍ백현동 사건을 하나로 묶는 등 기존 항목을 통합하면서 전체 수사 대상은 12개 항목으로 정리됐다. 김 의원은 “특정인만을 위한 수사대상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며 “특검의 본질이 윤석열 정권에서 저질러졌던 검찰의 조작된 기소, 왜곡수사, 표적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전반을 들춰내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건들을 수사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국민의힘은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해도 특검 수사 결과를 근거로 향후 공소청이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며 “공소취소 빌드업”이라고 반발했다. 수사 대상 확대에 대해서도 곽규택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와 관련된 뇌물 사건까지 포함하는건 민주당이 과거에 수사받았던 모든 사건을 이 특검법안에 다 포함시켜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견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데 대해서는 박형수 의원이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일반 국민들은 개정된 형소법에 따라 수사와 기소가 다 분리된 절차에 의해 형사사법이 진행된다”며 “대통령 관련 사건이라고 해서 수사와 기소 권한이 결합된 특별검사, 파견된 검사도 수사권을 가지도록 법 조항을 만들어놓고 진행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5일 본회의에서 조작기소특검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날 오후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의사일정 합의가 불발됐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작기소 특검법과 민주유공자법 등 6개 법안을 꼭 상정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며 “합의가 불발됐지만, 의장이 다시 오늘 중으로라도 여야 대표간의 협상을 더 진행을 하라고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조작기소 특검법이 포함된다면 본회의 자체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민주당이 주장한 6개 안건이 모두 올라간다면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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