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마도면의 매물로 나온 한 공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독자 사진 제공
비싸도 사겠다고 매수자가 찾는 공장과 값을 낮춰도 팔리지 않는 공장으로 수도권 공장시장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안양 등에서는 반도체 관련 기업의 확장 수요로 거래가 이어지는 반면 화성 서부에서는 가격을 낮춰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철강업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든 제조업체들은 공장을 팔아 자금을 마련할 길까지 막혀 부담이 커지고 있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장안면의 한 철근가공업체 공장 매물의 경우 일년 넘게 매수자를 찾지 못해 호가가 3.3㎡당(대지 기준) 270만 원까지 떨어졌다. 한때 월 5000톤 이상의 물량을 생산하고 직원 기숙사와 구내 식당까지 운영했던 이 업체는 폐업한 상태다. 철근가공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팔려고 내놔도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제값 받기 힘들다”며 “안 팔려서 폐업도 못 하고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작은 업체들은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6년째 화성 일대에서 공장 거래를 하는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보다 상황이 심각해 원래 평당 500만~600만 원이상 하던 곳들이 반값으로 낮춰도 거래가 안 된다”며 “올 들어 매매 거래는 한 건도 못 했다”고 전했다.
알스퀘어 애널리틱스를 활용해 대지 500평 이상 공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화성의 거래 기록은 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3건보다 33% 감소했다. 반도체 활황을 겪고 있는 동탄 일대와 달리 화성 서부권인 정남면은 11건에서 6건으로 45%, 마도면은 12건에서 7건으로 41% 줄었다. 팔탄면과 장안면도 각각 33%, 31% 감소했다. 인접한 안산은 같은 기간 34건에서 36건으로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이들 지역의 경우 철근가공과 철구조물, 금형·산업기계 업종 비중이 최대 절반에 달한다. 경기도 공장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기준 마도면 49%, 팔탄면 43%, 장안면 39% 순으로 집계됐다. 건설 현장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상당수다 보니 건설경기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제조 기능을 포기한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어려워진 데다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공장을 돌리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며 “공장을 줄여서 통폐합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 달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토지, 공장들을 거래하는 부동산들이 광고를 하고 있다. 용인=정혜진 기자
급기야 매수자를 찾으랴 부지를 나눠 팔거나 나대지로 넘기는 방안까지 협의하는 매물도 등장했다. 기존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할 수요뿐 아니라 부지 일부나 토지만 필요한 매수자까지 찾는 셈이다. 안양·군포·의왕 소재 공장을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화성의 공장 소유주들이 최근 들어 우리 업소에도 공장을 팔아달라고 할 정도”라며 “매수자가 끊기다 보니 거래가 되고 있는 지역 부동산에까지 의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매매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업소들도 거래 수요를 찾아 용인 처인구 등으로 영업 범위를 넓히는 사례도 늘었다.
경매로 넘어간 공장도 매수자를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화성의 공장·제조업소 경매는 148건 진행됐지만 매각은 42건에 그쳤다. 매각률은 28.4%로 지난해 39.1%보다 낮아졌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인 매각가율도 2023년 87.3%에서 올해 68.8%로 떨어졌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평균 4~5차례 유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제조업 거점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김포의 올해 공장 경매 매각률은 30.4%, 파주는 21.3%였다. 반도체 산업 거점인 평택에서도 62건 가운데 15건만 매각돼 매각률은 24.2%, 매각가율은 50.9%에 머물렀다. 반도체 투자 확대로 인해 클린룸 등 확보한 공장의 수요는 늘어나지만 지역 내 매수 수요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생산시설 확장을 위해 공장을 찾고 있다. 반도체 관련 생산시설을 갖춘 공장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지만 입지와 설비 조건에 따라 매수세가 갈리는 모습이다. 외곽으로 이전할 경우 직원들의 통근과 신규 채용이 어려워 최대한 지하철이 다니는 곳 중심으로 확장 부지를 찾는 수요가 높다. 안양권 공장을 중개하는 업소 대표는 “안양의 경우 평당 2000만 원 이상인데도 당장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수요 외에도 인플레이션 방어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며 “안양 이남과의 호가 차이가 6~7배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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