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지방자치분권 발전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발언하는 이재준 시장 /사진제공=수원시
[수원=환경일보] 강세근 기자 = 수원특례시가 내년 6월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행정권한 확대와 재정분권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대규모 건축허가와 도시정비 등 19개 신규 특례사무가 이양되면서 지역 맞춤형 행정 기반이 마련됐지만, 법적 지위 확립과 재정 자치권 확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 5월 7일 국회를 통과해 6월 2일 공포됐다. 정부안과 의원 발의안 등 총 9건을 병합한 대안으로, 2027년 6월 3일부터 시행된다.
2022년 특례시 출범 이후 4년 만에 행정권한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수원시는 오는 29일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의 날을 앞두고 특별법 시행에 따른 기대효과와 향후 지방분권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특례사무 33건 확보, 도시개발 자율성 확대
특례시 특별법은 27개 특례사무를 별표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 권한 이양이 완료된 8개 사무에 신규 사무 19개를 추가한 것으로, 지방시대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광역자치단체에서 특례시로 이양이 결정된 사무들이다. 여기에 개별법으로 규정된 6개 사무를 더하면 특례사무는 총 33건이다.
수원특례시는 특히 도시개발 분야의 자치권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양받은 권한을 활용해 도시개발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관리와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특례시는 이양받은 권한을 활용해 도시개발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관리와 정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제공=수원시 /사진제공=수원시
우선 대규모 건축물의 건축허가 절차가 간소화된다. 51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만㎡ 이상 건축물 허가 시 거쳐야 했던 광역자치단체의 사전승인을 생략할 수 있게 된다. 스타필드 수원과 같은 대규모 건축물 개발이 용이해지고 사업 기간도 1~2개월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지 개발에 필요한 관광지 지정과 조성계획 수립도 수원특례시가 직접 수행할 수 있다. 산업단지개발지원센터와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를 자체 설치해 지역 특성에 맞게 산업단지 개발 절차를 간소화할 수도 있다.
수목원과 정원의 조성계획 승인 및 등록 역시 광역자치단체를 거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 두 곳의 수목원을 운영하는 수원시는 이를 활용해 지역 여건에 맞는 정원문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관리 권한도 확대된다. 광교지구와 호매실지구 등 기존 옥외광고물 특정구역은 경기도에 요청해 지정했지만, 앞으로는 수원특례시가 지역 환경과 특성을 고려해 직접 지정할 수 있다.
2024년 국회에서 열린 지방 재정분권 토론회 /사진제공=수원시
구도심 정비와 관련된 행정 절차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경기도가 행사하던 리모델링 기본계획 승인 권한이 수원특례시로 이양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처리 기간이 기존 7개월에서 3.5개월로 절반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 단위 정책에 수원특례시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대도시권광역교통관리 기본계획 수립과 특별대책지구 지정·해제, 분양가상한제 적용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해제 등의 정책을 추진할 때 수원특례시장이 120만 시민의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특례시 출범 4년 만에 제도적 그릇이 마련된 만큼 시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이어지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행정권한 늘었지만 법적 지위, 재정 특례는 미흡
특례시 특별법 제정으로 행정사무 권한은 확대됐지만, 실질적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행정권한과 책임의 이양에 비해 법적 지위와 재정분권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수원시 자치분권협의회 제2차 정례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시
특례시의 권한 확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면 명확한 법적 지위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지방자치법상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 대한 특례 인정 조항에 근거한 특례시를 지방자치단체의 한 종류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2024년 6월13일 김영진 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법적 지위가 확보되면 특례시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제도적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 자치권 확보도 주요 과제다. 특례시가 이양받은 권한과 책임을 수행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재정 권한이 필요하지만, 현재 재정 구조에서는 행정 수요에 맞는 재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수원시의 설명이다.
2026년 기준 수원시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11위인 반면, 재정자주도는 130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자체 세입 기반에 비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시민의 지방세 부담액과 세출예산액을 비교해도 차이가 나타난다. 2026년 예산 기준 전국 평균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은 78만9000원이지만, 4개 특례시 시민의 부담액은 106만9000원으로 약 35% 많았다.
반면 1인당 세출예산액은 전국 평균 829만9000원에 비해 특례시는 301만6000원으로 전국 평균의 36% 수준에 그쳤다. 특례시민의 지방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1인당 세출예산 규모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셈이다.
지난 7월 열린 수원특례시 자치분권 청년기획단 제4기 발대식 /사진제공=수원시
이에 특례시들은 재정 특례 확보를 위한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조정교부금 조성재원 비율을 현행 47%에서 67%로 높이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지방세징수법 시행령을 개정해 도세징수교부금 교부율을 현행 3%에서 10%로 상향하는 방안이다.
수원시는 이러한 재정 특례가 확보되면 약 400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마련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재진 수원시정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재정분권은 원칙의 문제이고, 특례시는 그 시험대 위에 있다”며 “자치단체의 특수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분권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청년 참여로 자치분권 기반 넓혀
수원특례시는 행정적 자치권 확대와 함께 시민 참여를 통한 지방분권 기반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 중심의 자치분권협의회와 청년기획단, 시민협의체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세대가 자치분권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치분권 청년기획단원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작한 홍보물 /사진제공=수원시
수원시자치분권협의회는 2013년 전국 최초로 구성됐다. 대학교수와 연구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위원들은 2년의 임기 동안 정례회의와 워크숍, 정책토론회 등에 참여한다.
협의회는 수원시의 자치분권 발전계획과 추진 상황을 심의·조정하고 전문적인 정책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청년층의 참여를 위한 자치분권 청년기획단도 운영 중이다. 2023년 처음 구성된 청년기획단은 수원 지역 청년과 대학생 30여명이 참여해 자치분권을 이해하고 관련 역량을 높이는 활동을 진행한다.
올해 4기까지 총 120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숏폼과 소셜미디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홍보물 제작 등 청년층에 친숙한 방식으로 자치분권을 알리고 있다.
시민사회와 경제계가 참여하는 ‘특례시 발전 수원시민 포럼’도 활동하고 있다. 2024년 출범한 포럼에는 수원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경제인 등 59명이 참여해 지방자치와 분권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원시민자치대학 수료식 /사진제공=수원시
수원시는 ‘수원시 자치분권 촉진 지원 조례’를 근거로 정책토론회와 관련 학술대회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공직자와 주민자치회, 각 단체 구성원, 청소년과 청년 등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20회의 자치분권 교육도 실시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내년 6월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앞서 특례시 지역계획안 수립과 신규 특례사무 이양 등의 후속 조치를 빈틈없이 준비해 특례시 행정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며 “상생, 균형발전, 실질적 제도화라는 방향으로 특례시 제도가 한 단계 더 성숙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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