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4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정부), 2027년도 기금운용계획안(정부) 등을 일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한해 나라살림을 담은 예산은 정책 방향과 국민 개개인의 삶을 좌우한다. 하지만 전체 예산 규모도 규모지만 예산안과 맞물려 돌아가야 할 세법 개정안, 그중에서도 특히 민생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는 ‘오리무중’이다. 국회가 공청회와 토론회를 열고 있다지만, 정작 국민들엔 그 구체적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부동산 세법 개정안은 ‘실거주 1주택자 보호’와 ‘비거주·고가·다주택자 과세 강화’가 핵심이다. 종부세를 주택수 아닌 가액기준으로 개편하고, 비거주 주택 공제를 대폭 축소해 보유 부담을 높였다. 동시에 처분 단계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마저 ‘거주 요건’ 중심으로 깐깐하게 조였다. 국회예산정책처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안대로 세법이 개정된다면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부담이 커지고 집을 갖고 있기도, 팔기도 어려워져 ‘매물 잠김’ 현상과 임대차 시장 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다. 서민들의 주거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거나, 늘어난 세금만큼 임대료를 올려 받아 결국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지난 8월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 수도권 부동산 매물이 줄어 전월세 가격이 치솟고,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반증한다.
가상자산 과세는 청년 등 투자층의 반발로 또다시 2년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지만, 부동산세 개편은 대략의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평범한 국민들이다. 부동산세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한 가정이 집을 사고팔고, 노후를 설계하는 생계의 기초다. 법안이 어떻게 바뀔지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국민의 재산권은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국회는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음을 직시해야 한다. 매년 그랬듯 막판에 밀실에 모여 깜깜이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구습(舊習)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여야는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 부동산 세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공론화해야 한다. 다주택자와 비거주자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 서민 주거의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