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11월 8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합니다.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이하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소장님. 오늘은 연인·부부 관계를 다루는 리얼리티 예능에 대한 내용 준비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보게 되면 욕설이나 폭력,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의 자극적인 장면들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심하다 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먼저 이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이런 장르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 김언경 : 꼭 그렇진 않습니다. 연애하는 성인들,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어른들이 사실은 모두 성숙한 진짜 어른이 아니라, 저마다의 상처와 어려움, 미숙함 등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잖아요. 저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연애나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서로 무던히 많은 것을 배우며 성찰하며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좋은 점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이 교제폭력이나 가정폭력을 그저 사랑싸움이나 부부싸움 수준으로 여기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25년 112에 접수된 교제폭력 신고가 10만 5,327건으로, 처음으로 10만 건을 넘었습니다. 2021년 5만 7천여 건에서 5년 새 약 1.8배 늘었습니다. 그런데 검거 인원은 1만 4천5백여 명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현장에서 계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습니다. 이건 교제폭력이 여전히 '사랑싸움', '둘 사이 일'로 여겨진다는 뜻입니다. 정부도 올해 9월에 교제폭력·스토킹의 ‘위험 신호’를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정책브리핑에 실린 내용을 보면 반복되는 폭언과 위협, 동의 없는 위치 확인과 일상 감시, 친구나 가족과의 만남을 막는 통제, "네가 그렇게 해서 그런 거야"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 그리고 음주와 관련해 폭력이 반복되는 경우가 들어 있습니다.
◆ 최휘 : 말씀 듣고보니 정부가 교제폭력·스토킹의 ‘위험 신호’라고 경고한 그 장면들을 예능에서 자주 본 것도 같습니다.
◇ 김언경 :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런 프로그램은 시청률도 놓고 황금시간대에 배치되어 있으며 OTT에서도 인기가 높아요. 한마디로 수백만 명의 시민이 '연애란, 부부란 이런 것'이라는 기준을 보여주는 일종의 사회적 학습의 장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폭력을 어떻게 묘사하는 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현재 이런 프로그램들의 부적절한 프레임을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첫째, '성격·궁합 프레임'입니다. 명백한 폭력이 보였음에도 당신들은 성격 또는 궁합이 안맞는거야. 악연이야 이런 식으로 퉁치는 경우이죠. 한쪽이 통제와 의심을 해도 '엄격한 성격', '안 맞는 것일 뿐'으로 묘사하고, 폭력적 장면을 보면서도 '술꾼', '악연'으로 해석하는 경우들이 여기 해당됩니다. 둘째, '쌍방·빌미 프레임'입니다. "여자도 먼저 쳤다"가 '반전'으로 배치되고, "왜 손을 댔는지"를 길게 설명하게 하면서 폭력의 원인이 피해자의 행동으로 옮겨갑니다. 셋째, '가해자 서사 프레임'입니다. 가해자의 불우한 과거와 내면이 연민의 대상이 되고, "남자친구가 안타깝다"는 말로 정리됩니다. 넷째, '오락화 프레임'입니다. 폭행은 '스파링', 폭력 정당화 발언은 '레전드 망언', 몰래 촬영은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됩니다.
◆ 최휘 : 시청자들께서도 지금 말씀하신 프레임들이 어떤 방송, 어떤 회차에서 엿보였다 이런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 김언경 : 맞아요. 특히 최근 JTBC의 <연애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데요. 제가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거의 하루종일 전편을 다 봤고, 관련 보도들도 읽어봤는데 부정적 장면이 꽤 있었습니다. 일단 텐아시아는 7월 4일 <오은영·이호선 없는 '연애전쟁', 폭언·위협 그대로 전시…이대로 괜찮나>라는 보도에서 <연애전쟁> 2회에 대해 비평했는데요. 해당 방송에서 남자친구가 "창문 밖으로 같이 뛰어내리자"고 말하는 장면과 오래 이어진 폭언성 대화가 그대로 나갔다고 합니다. 기사는 이날 스토리는 "연인 간 다툼으로만 소비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 최휘 : 같이 뛰어내리자. 이런 멘트는 듣기만해도 섬뜩한데요?
◇ 김언경 : 7월 한 커플 편에서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발언과 벽을 세게 내리치는 행동이 나왔고요. 8월에 방송된 커플의 경우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남자 동기들을 '위장 남사친'이라 부르며 여행과 인간관계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고, 여자친구는 "인간관계를 통제하는 남친 때문에 내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9월 한 커플 편에는 남성이 미국처럼 총이 있었다면 여성을 벌써 몇 번 쐈을 것이라는 위협적인 말을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9월에는 과거 가정폭력 피해를 털어놓은 출연자가 현재 연인에게 “왜 맞았는지 알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11월에는 술에 취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위협적인 말을 하고, 머리를 때리고, 침대로 던지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장면이 나올 때 출연자들은 경악하는 표정을 짓고, 여성에게 헤어지라고 강하게 말한다거나, 남성에게도 경고의 멘트를 합니다. 그러나 둘 다 똑같이 한심하다는 식의 결론이 이르기도 하고, 폭력성을 가진 남성에게 안쓰럽다고 감싸는 듯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 최휘 : <오은영·이호선 없는 '연애전쟁', 폭언·위협 그대로 전시…이대로 괜찮나> 이런 예능에 전문가가 없는 것에 대한 언론의 지적을 보니까 궁금한데, 소장님은 전문가가 꼭 있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 김언경 : 네. 중요합니다. 일단 폭력이나 통제 장면이 나왔을 때 "이건 법적으로 무엇에 해당한다", "이건 위험 신호다"라고 분명하게 그 행위의 의미를 알리고 경고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개념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폭력은 시청자에게 그냥 '센 장면'으로만 남게 됩니다. 저는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사례를 촬영하고 편집해 방송하면서 제작진과 패널들이 연애 갈등과 폭력을 구분하는 기준부터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폭언과 위협의 책임을 ‘둘 다 문제’라는 말로 흐리지 않고, 분명하게 경고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화해할거냐 헤어질거냐 수준의 결론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 방송 이후에 당사자가 안전하게 관계를 끝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애 상담을 내세웠다면, 방송의 성과는 얼마나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줬느냐가 아니라 출연자의 안전과 존중을 얼마나 지켰느냐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고민입니다.
◆ 최휘 : 이런 문제가 JTBC '연애전쟁'만의 일은 아니겠죠?
◇ 김언경 : 그렇습니다. 사실 시간이 없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못할 뿐이지 꽤 많습니다. 심지어 전문가가 나오는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는 2022년 12월 의붓딸 신체 접촉 논란이 있었지요. 재혼 가정의 남편이 7살 의붓딸이 "싫어요"라고 하는데도 끌어안고 '주사 놀이'라며 엉덩이를 찌르는 장면이 방송되었던 건데요. 당시 중앙일보의 문소영 칼럼 <시청률 노린 선정적 편집…가족폭력 문제 직시해야>에서는 오은영 씨가 남편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 대해 "가엾다"고 한 대목을 짚고 "가족 유지라는 명분을 피해자의 인권보다 앞세우는 기묘한 가족주의의 산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해자의 상처를 설명하는 건 상담에서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 설명이 먼저, 그리고 길게 나오면 시청자는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사정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죠.
실제로 해당 방송은 이를 '양육관 차이'라는 부부 갈등의 소재로 다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틀 만에 민원이 약 2,900건 들어올 정도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MBC는 장면을 삭제하고 사과했고, 오은영 씨는 5시간 넘는 녹화를 80분으로 편집하면서 자신의 지적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방심위는 해당 방송에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습니다. 여기서 짚을 건 수사 결과와 별개로, 아이가 거부 의사를 밝힌 신체 접촉을 '양육 스타일' 문제로 편집한 제작 판단이 문제였다는 점입니다.
◆ 최휘 : 아무래도 상담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이다보니 쌍방의 사정을 들어보려는 과정이 없을 수 없다보니 발생하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 김언경 : 그런 방송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기사도 있습니다. 텐아시아 김세아 기자의 10월 17일 보도 <오은영보다 경찰이 먼저>에서는 "폭력의 책임을 양쪽에 똑같이 나누는 듯한 연출 방식도 문제다. 성격 차이로 다투는 것과 상대방을 때리고 위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방송은 갈등의 원인을 찾는다는 이유로 의뢰인들에게 왜 화가 났는지, 왜 손을 댔는지를 길게 설명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이 오늘 주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왜 손을 댔는지'를 길게 묻는 순간, 그 이유가 곧 피해자의 행동이 됩니다. 아트인사이트의 한 비평에서는 부부 상담 프로그램이 문제를 "심리의 문제로 한정함으로써" 젠더라는 맥락을 지우고, "가정폭력과 같은 문제를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10월 5일 '결혼지옥' 186회에서 40년간 폭행당했다는 아내의 사연이 나왔을 때, 오은영 씨는 아내를 물속에 집어넣은 행동을 두고 "고문이고 엄청난 가학적 폭행이다. 살인 미수"라고 했고, "오늘 힐링 리포트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폭력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고, 화해 서사를 거부하는 분명한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 최휘 : 방미심위 제재를 받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또 있나요?
◇ 김언경 : 올해 8월 24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025년 10월 16일 방송된 JTBC '이혼숙려캠프'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하고 시청 등급을 15세에서 19세로 올리라고 했습니다. 이른바 '폭력 부부' 편인데, 남편이 컵을 던지고 탁자를 내리치고,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아내에게 "주변에 알리지 말고 해", "칼 갈아서 해줘?"라고 말하는 장면, 뇌전증을 앓는 아내의 증상을 조롱하는 장면이 나갔습니다. 위원회는 "갈등 해결이라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자극적인 연출이 반복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은 2025년 2월에도 '주의'를 받았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제작진에게는 어떤 기준을 요구해야 할까요?
◇ 김언경 : 먼저 신체 폭력, 생명 위협, 강압적 통제가 확인되면 '관계 회복' 서사를 멈추고 피해자 안전을 먼저 확인해달라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방송을 접는 용기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두번째로 그런 장면이 나가면 자막으로 "이는 교제폭력·가정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이름을 붙이고, 112와 여성긴급전화 1366 같은 정보를 고지하기 바랍니다. 세 번째로 이런 방송은 반드시 변호사, 폭력 피해 지원 전문가처럼 폭력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패널에 두라는 것입니다. 넷째, 폭력을 '쌍방'으로 정리하기 전에 상해의 정도, 위협의 수위, 반복성, 누가 두려워하는지를 구분해 보여주기 바랍니다. 다섯째 클립 제목과 다시보기 문구, 보도자료에 폭력을 오락적 표현으로 순화히키지 않기 바랍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네.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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