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글씨가 흐릿해지고 식당 메뉴판을 읽으려면 눈을 찌푸리게 된다. 하지만 돋보기를 쓰는 순간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아 불편함을 참는 중년층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노안을 외면하다 엉뚱한 음식을 주문하거나 수백 달러를 더 지불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40세 이상 70%가 노안…50대엔 40㎝ 떨어져야 선명
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원거리 시력은 0.5 이상이면서 근거리 시력이 0.4 이하인 경우를 노안으로 정의했을 때, 40세 이상에서는 약 70%, 35~39세에서는 약 30%가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눈 속 수정체의 탄력이 감소해 가까운 물체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대체로 40대 초반부터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해 60대까지 진행된다.
나이가 들수록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도 멀어진다. 이 거리는 20세에 약 10㎝이지만 30세에는 14㎝, 40세에는 22㎝로 늘어난다. 50세에는 40㎝, 60세에는 100㎝까지 길어진다.
책이나 스마트폰을 눈에서 점점 멀리 떨어뜨려야 글씨가 잘 보이는 이유다. 어두운 곳에서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렵거나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번갈아 볼 때 초점이 늦게 맞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안경 쓰면 늙은 것 같아서”…800달러 날린 사연도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유튜브 캡처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안이 시작됐는데도 돋보기 착용을 미루는 중년층의 사연을 소개했다.
에리카 가르시아 나일스(49)는 할인매장에서 선글라스를 써보다 뜻밖의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이기에 고급 렌즈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도수 2.0의 돋보기였다.
그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작은 글씨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확대해 읽고 있었다. 그런데도 돋보기를 사면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아 구매를 미뤘다고 털어놨다.
주변 친구들도 다르지 않았다. 한 친구는 립스틱의 색상 이름을 읽기 어려워지자 돋보기 대신 라벨 제작기를 구입했다.
시력이 나빠진 사실을 외면하다 금전적 손해를 본 사례도 있다. 크리스티안 백먼(57)은 약 10년 전 미국 그랜드캐니언 여행에서 렌터카 계약서의 작은 글씨를 제대로 읽지 못해 800달러짜리 추가 상품에 동의했다. 이후 그는 지갑에 신용카드 크기의 소형 돋보기를 넣어 다니고 있다.
국내 연예인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가수 김종국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노안 때문에 화면이 큰 모바일 기기 구매를 고민하면서도 “도저히 돋보기는 못 쓰겠다”고 고백했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검안사 앨런 N. 글레이저는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42세부터 약 57세까지 해마다 감소한다며, 노안 진단을 받을까 봐 검진 자체를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안 예방은 어려워…돋보기·조명 조절로 불편 줄여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그렇다면 노안은 막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
질병관리청은 노안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설명하며, 현재 알려진 예방법은 없다고 안내한다. 다만 생활 습관을 조정하고 시력을 교정하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교정 방법은 근거리용 안경, 즉 돋보기를 착용하는 것이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모두 봐야 한다면 이중초점렌즈나 누진다초점렌즈를 고려할 수 있다.
실내조명을 밝게 하거나 스마트폰 글씨를 크게 설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책이나 화면을 오래 볼 때는 중간중간 눈을 쉬게 하는 것이 좋다.
수술로 노안을 교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과를 되돌리기 어렵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갑자기 한쪽 눈의 시력이 떨어지거나 시야가 커튼으로 가려진 듯 보이는 경우, 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노안으로 여기지 말고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시력 저하가 노안 외에 다른 안질환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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