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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뿌리 깊은 전라도 혐오, 문화확장·도시브랜드로 풀어내야”

“무등일보의 ‘전라도 혐오’ 관련 기사를 보면서 ‘이거다 싶었죠’. 광주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데, 기초 과학인 ‘수학’을 활용한 콘텐츠를 도시 브랜드와 접목시킨다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특정 지역 혐오 문화를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

[기획] “뿌리 깊은 전라도 혐오, 문화확장·도시브랜드로 풀어내야”

고창석 전 한국고서협회장 2일 본사 방문 제언

국가보물 ‘양휘산법(楊輝算法)’ 등 수천 점 보유

국보급 고서·유물 활용 ‘수학박물관’ 구상 제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맞물려 청소년 교육 연계

고창석 전 한국고서협회장이 2일 무등일보 디지털편집국을 찾아 자신이 국내에서 입수한 국가보물 1755호 목판본 양휘산법(楊輝算法) 등 문화·교육콘텐츠를 활용해 전라도 혐오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무등일보의 ‘전라도 혐오’ 관련 기사를 보면서 ‘이거다 싶었죠’. 광주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데, 기초 과학인 ‘수학’을 활용한 콘텐츠를 도시 브랜드와 접목시킨다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특정 지역 혐오 문화를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2일 서울에서 급하게 무등일보를 찾아온 고창석(81·장보고 대표) 전 한국고서협회장의 말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흥 출신으로 광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그는 전라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려면 문화 확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특별시의 미래 가치와 역사적 자산, 지역의 정체성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 ‘전라도 광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혐오 응원 등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밈(meme)을 통한 전라도 혐오의 놀이화가 확산하는 것과 맞물려서다.

고 전 회장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수 십여년 살아오면서 겪은 혐오는 지역에 대한 낙인이자 주홍글씨와 같았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다. 새롭게 출범한 광주특별시가 지역 혐오에 맞설 방법으로 ‘문화 확장성’ 등 지역이 보유한 문화·역사 유산을 활용, 미래 세대에 전라도의 가치를 새롭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수천 점의 고유물과 고서적을 소장한 수집가인 고 전 회장은 특별히 ‘수학’에 주목했다. ‘반도체 특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광주에 필요한 과학 도시로서의 브랜드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전남광주가 보유한 다양한 문화·역사 콘텐츠를 특별시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발굴, 타 지역 청소년들이 광주를 찾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기초 과학의 대표적 학문인 수학을 역사적으로 재해석 하고, 반도체와 함께 금융 등 재정 부문으로까지 확장시킬 경우 새로운 광주의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국가보물 제1755호인 ‘양휘산법(楊輝算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학 관련 문헌인 ‘양휘산법’은 명 태조 11년(1378년), 양휘에 의해 동양에서는 처음 문자로 정착된 수학교본이다. 곱셈과 연립방정식, 비단 재는 법, 논밭의 평수를 재는 법, 중량을 다는 법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세종 때 100부를 찍어냈는데 중국에서 이 책이 모두 없어져 1762년 역수입해 갔다. 한국에서도 임진왜란으로 이 책이 모두 소실됐고 일본에 2부가 건너가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초기 산원 선발 과목으로 활용될 만큼 학술적 가치도 높다.

그는 양휘산법 등 수학 관련 고서적과 유물을 활용한 ‘박물관 설립’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전국 중·고등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도시, 광주로 수학여행을 올 경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같은 5·18 사적은 물론 반도체 등 기초 과학과 관련이 깊은 수학 콘텐츠를 역사적으로 접목시킨 복합공간을 새롭게 조성하자는 구상이다.

특히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전라도 혐오성 댓글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수학·과학을 접목한 문화콘텐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래 과학인재 육성과 지역 문화콘텐츠를 연계해 전라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고 전 회장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과 ‘세종대왕 브랜드를 활용한 수학 경시대회’,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면 전라도 혐오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노력과 함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과 제도적 대응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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