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모두 친문(친문재인)이고 친노(친노무현)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라며 진영 내 결속을 강조했다. 지난달 전당대회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으로 여권 내홍이 번지자 대통령이 수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경로와 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했던 사람들의 진심까지 의심하지는 말아 달라”며 “목숨 바쳐 내란을 이겨내며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 마음으로 함께했던 분들이 서로 혐오의 언어를 주고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실천했던 누군가가 배제의 대상으로 지목돼 상처받고 아파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며 “이 가슴 아픈 현실이 만들어진 데 수많은 원인과 동인이 있겠지만 더불어민주당 제1 당원이자 국정 최고책임자인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했다.
민주당 등 여권 내부는 지난해 정청래 대표 체제부터 친명(친이재명) 대 친청(친정청래) 구도가 뚜렷해졌다. 친명계 신주류 성향 유튜버들이 구주류를 겨냥해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라는 표현을 쓰며 갈등이 커졌다.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친명계 지지를 받은 김민석 대표가 선출된 뒤로도 내홍은 이어졌다. 구주류 측에선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으로 전통 지지층의 이탈을 지목한다.
대통령의 진화 시도에도 내부 분열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이 대통령을 비판한 추미애 경기지사를 겨냥했다. 그는 지방선거 때 추 지사 캠프가 박시영 씨가 운영하는 정치 컨설팅업체와 맺은 21억원 규모 용역 계약의 적정성을 당에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친청계 성향으로 분류된다. 경기도는 “아무런 근거 없이 제기된 때아닌 논란”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추 지사는 지난 12일 검사 출신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을 두고 “(대통령이) 내란 세력에 전전긍긍한다”고 비판했다. 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새 수사기관장에 또 검사 출신을 앉히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그러자 김 대표는 14일 “안팎의 세력이 힘을 합쳐 대통령을 흔들던 전조와 비슷하다”며 추 지사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전력을 거론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17일 추 지사를 만나 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으나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다.
추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개혁에 대한 약속도 구두선이 아니라 실제 개혁 조치를 해내야 국민이 지도자를 바라볼 때 신뢰와 존경과 사랑이 새로 생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조국혁신당과도 교섭단체 기준 완화 문제로 연일 충돌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차기 주자 자리를 놓고 김 대표가 추 지사와 조국 전 대표 견제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은 대통령 기자회견이 집안싸움 수습용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 안중에는 국민은 없고 지지층 와해를 막으려는 ‘좌파 달래기’만 있었다”고 평가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을 하나로 모아야 할 대통령이 여전히 민주당 제1 당원임을 강조하고 자기편을 향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이재명의 동지’를 결집하는 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형창/이에스더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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