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대응 늦을수록 국민 피해 기하급수로 커져”
“경제 회생 골든타임 놓치지 않기 위해 추경안 마련”
고유가 대응·민생 안정·산업 공급망 안정에 방점
“위기 틈타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 무관용 원칙”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초당적 협력 당부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향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에너지 위기는)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며 “긴 안목과 호흡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고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2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26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시정연설을 갖고 예산안 통과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며 이 같이 말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34일째다.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평가받는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며 “정부는 민생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을 갖고 당면한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의 위기를 돌이켜 보면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에 선제대응이 늦어질수록 우리 경제와 국민이 입는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며 “이를 반면교사 삼아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경제 전방과 국민 일상에 미칠 영향을 꼼꼼하게 살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적기에 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책무”라며 “위기일수록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 아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추경이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 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향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밝힌 세부 내용에 따르면 이번 추경 예산안은 ▲고유가 대응 ▲민생 안정 ▲산업·공급망 안정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고유가 대응을 위해선 10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소득 하위 70% 약 3,60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을 지급하고, 저소득층과 농어민에 대한 유류·비료 지원을 확대하는 등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K패스 환급 확대를 통해 교통비 부담 완화도 추진한다.
민생 안정 부문에는 2조8,000억원이 배정된다. 무료 식료품 지원 ‘그냥드림센터’를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확대하고, 소상공인 정책자금과 폐업 지원, 고용 유지 지원 등을 강화한다.
산업·공급망 안정 부문에는 2조6,000억원이 편성됐다. 수출기업 지원과 정책금융 확대, 에너지 전환 및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산업 현장 피해 최소화와 고용 충격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내일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파괴된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복구되고 이전과 같은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서로가 고통을 나누며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름 한 방울 아끼고 비닐봉지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해질 때 위기의 터널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며 “공동체의 위기를 틈타 담합, 매점 매석 등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의회에도 “이번 추경은 위기의 파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줄 방파제이자 위기 이후 대한민국이 도약할 발판”이라며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 예산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번 시정연설에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자리에 남아 퇴장하는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지난해 11월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석으로 이동해 의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김재섭·김용태 의원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지도부와 사전환담…“개헌 기회 흔치 않아”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지도부와 약 30분간 사전 환담을 갖기도 했다. 환담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 등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선 개헌 논의가 화두에 올랐다. 우 의장은 “내일 국회 개헌안을 발의할 텐데 국민의힘도 잘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며 운을 뗐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가 질서 근간인 헌법은 시대 상황에 맞춰 정리될 필요가 있는데 우리 헌법은 너무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 의장의 개헌 제안에는 공감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이나 계엄 요건 엄격화 등은 이견이 없을 만한 부분”이라며 “가능한 범위에서 (합의) 할 수 있는 일은 해 나갔으면 좋겠다.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데라고 할 수 있지만 (개헌이) 가능한 시기가 자주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추경안 협력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공감 범위 내에서 국가 미래와 국민 삶이라는 목표 아래 힘을 모아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며 장 대표와 주 부의장에게도 “갈등은 없을 수 없지만 국정운영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밖에 환담 참석자들 간의 ‘넥타이 대화’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주 부의장이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빨간 넥타이를 맨 반면, 장 대표는 연보라색 넥타이 차림으로 자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장 대표를 향해 “우리 대표님 왜 빨간 것(넥타이) 안 매셨어요”라고 웃으며 묻자 장 대표는 “오늘 이런 것 있는 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색깔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를 지켜본 정 대표가 “대통령님과 색깔을 맞췄다”고 말했고 다시 장 대표가 “대통령님하고 정청래 대표님은 소통이 되는데 야당과는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제가 어제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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