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유흥식 추기경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열린 특별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26년 전 발표된 6·15 남북공동선언은 오랜 적대와 긴장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 전환점이었다”며 “저는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 기념연설을 통해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교황청에서 연설한 것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은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언급하며 “오늘날 세계는 어느 때보다 깊은 갈등과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고 분열과 대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했던 남과 북은 다시 단절의 시대로 되돌아갔고 소통 통로는 닫혔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저력을 강조하며 위기 돌파의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은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며 “총과 칼이 아닌 촛불로, 폭력이 아닌 평화로, 냉소가 아닌 연대로 짙은 어둠을 밝혀온 전력이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비롯한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를 추진해 왔다”면서 “흡수통일이나 일방적 체제 경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한결같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교황청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풍요로운 문화, 과학기술과 혁신을 바탕으로 더욱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국제적 책임 다짐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성경 이사야서 2장 4절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귀한 말씀이 온 나라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내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청년대회(WYD)’를 언급하며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전선과 철조망, 국경의 제약을 넘어 함께할 수 있도록 교황청의 관심과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추기경이 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각국 귀빈과 현지 사제단 등이 참석했다. 유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대결보다 대화가, 증오보다 화해가, 두려움보다 신뢰가 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대한민국 대통령과 함께 온 세상이 증언하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빈다”고 화답했다.
바티칸 일정을 시작한 이 대통령은 미사 후 한국인 성직자들과 인사를 나눈 데 이어 오는 15일 교황궁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갖고 파올로 국무원장과의 접견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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