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공직 사회의 입법 의존 관행을 비판하며 “모든 제도를 반드시 법률로 만들 필요는 없다”며 “일반적인 제도 설계는 시행령으로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응급의료법 개정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법률과 시행령, 규칙에는 위계가 있지만 모든 제도를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 대신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거나 개정해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국민 권리를 직접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는 법률에 근거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제도 설계나 공익 목적의 행정은 법률이 금지하지 않으면 시행령이나 규칙으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무슨 일이든 입법부터 하려 한다”며 “법 하나 만들려면 몇 달, 심하면 몇 년씩 걸리는데 우리가 해야 할 제도 개선이 수천 건이 넘을텐데 다 법으로 하려면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 사회에 퍼진 ‘소극 행정 문화’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일을 하면 직권남용이니 감사에 수사에 처벌을 하고 문책하고 하니 다 안 하려고 한다. 전 정부 부처에 (이런 관행이) 다 퍼져있다”며 “지방자치단체들도 조례로 해도 될 일을 법으로 다 미루고 법이 정해질 때까지 안 해버린다. 이러니 사회발전이 되느냐”고 했다.
이어 “꼭 법률이 아니어도 가능한 범위에서는 시행령이나 부처 규칙, 업무 지침 등을 적극 활용하라”며 “입법에만 매달리다 보면 행정이 지나치게 느려지고 국가 역량도 소모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모든 정책 변화를 입법으로 처리하려 하면 결국 아무 일도 못 하게 된다”며 각 부처에 보다 능동적인 행정을 지시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거래 시 실거주 의무 유예 범위가 세입자가 있는 전체 주택으로 넓어지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정 시행령에 따라 토허구역 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매하면서 실거주 의무 유예를 적용받으려는 매도·매수인은 오는 29일부터 관할 관청에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후 해당 구역에서 주택을 취득하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날부터 4개월 이내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또 국민의 ‘안전하게 살 권리’와 국가의 생명·안전 보호 책무를 규정한 ‘생명안전기본법’ 공포안도 의결됐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모든 국민이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내용을 기본권으로 명문화했다. 이 권리는 대한민국 영토 안에 있는 외국인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된다.
이번 법은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 만에 마련된 생명·안전 분야 기본법이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여객기 참사 등 대형 재난을 겪으며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사회 구축 필요성이 커졌고,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관련 법 제정 요구가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소속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설치 근거도 마련됐다. 위원회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해 국가 주요 안전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다. 산업재해, 자살, 자연재난, 교통사고, 어린이 안전사고 등 각 부처가 추진하는 생명안전 관련 대책을 총괄하게 된다.
국가 차원의 ‘생명안전종합계획’도 5년마다 수립되고, 안전영향 분석·평가 제도도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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