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규모와 장르는 가리지 않겠다. 재계 오너가에서부터 중소기업 생산직 직원까지, 그리고 대기업 대 스타트업은 물론 기술, 제품, 서비스까지 역량만 있다면 모든 산업계를 망라해 1대1 대결을 붙이겠다. 2026년 <신아일보> ‘흑과백’ 코너를 통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산업계 전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흑과백> 네번째 산업계 대결은 ‘HD현대중공업’ 대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이다. / <편집자 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로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맞붙는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15일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참여하는 경쟁입찰로 진행돼 오는 7월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KDDX는 선체부터 무기체계까지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한국형 구축함으로 향후 한국 해군의 중추 전력이 된다. 2032년까지 6000t(톤)급 차기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7조8000억원 규모다. 통합전기 추진체계, 통합마스트, 첨단 함형, 스마트함교, 함정통합네트워크 등 핵심기술이 대거 적용되는 만큼 국내 조선·방산 기술력을 가늠할 시험대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 기본설계·이지스함 실적 앞세운 ‘수상함 강자’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경험과 이지스함 설계·건조 실적을 앞세운다.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함을 설계부터 건조까지 직접 수행한 실적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조선사다. 한국 해군이 보유하게 될 이지스함 6척 중 5척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거나 건조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 전투체계까지 통합할 수 있는 ‘함정체계통합부(ITT)’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함정 설계와 건조, 체계통합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KDDX 수주전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건조를 통해 대형 수상함 역량을 입증해왔다. 지난해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1번함인 ‘정조대왕함’을 해군에 인도했고 2번함 ‘다산정약용함’도 진수했다. 다산정약용함은 올해 12월, 3번함 ‘대호김종서함’은 2027년 12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길이 170m(미터), 폭 21m, 경하톤수 8200t 규모의 최신예 전투함이다. 기존 세종대왕급 7600t급 이지스함보다 표적 탐지·추적 능력이 2배 이상 향상됐고 요격 기능까지 갖춰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해상 기반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된다.
KDDX에서도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수행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0~2023년 KDDX 기본설계 사업을 수행하면서 3만5000여장의 산출물과 2500여장의 설계도를 완성해 방사청에 제출했다. 해당 기본설계는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잠정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았다.
기술 측면에서는 통합 전기식 추진체계가 대표적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함정 최초로 대용량·고출력 통합 전기식 추진체계를 KDDX 기본설계에 반영했다. 이 체계에는 세계 최초로 25㎿(메가와트)급 초대형 추진전동기가 탑재되도록 했다.
스마트함정 기술도 차별점이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함교 운용인력의 약 40%를 줄일 수 있는 스마트 브릿지를 개발해 KDDX에 최초 적용했다. 첨단 자동화·전동화 기술을 활용한 탄약이송자동화 설비와 자율운항 기술 기반의 함정용 첨단항해보조시스템도 적용했다. 승조원 수는 150여명으로 계획됐지만 최신 IT 기술과 병력절감형 자동화·전동화 기술을 반영해 약 100명 수준으로 운용 가능하도록 기본설계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HD현대중공업은 1976년 최초의 국산 전투함인 ‘울산함’ 개발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함정과 특수선 총 108척을 건조했다.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많은 20척의 함정을 수출했고 해군 중·대형 함정 개발사업 총 23개 중 12개 사업을 독자개발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함정 건조 경험과 설계·생산 역량, 첨단 함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KDDX 사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전기추진·스마트함정 기술 통해 ‘미래함정’ 승부
한화오션은 KDX-I·II·III 사업을 모두 수행한 구축함 경험과 전전기 함정 기술을 앞세운다. 한화오션은 3000t급 KDX-I 3척, 4000t급 KDX-II 3척, 7600t급 KDX-III 1척을 비롯해 40척 이상의 수상함을 건조했다.
한국 최초 국산 구축함 KDX-I ‘광개토대왕함’을 시작으로 스텔스 설계가 적용된 KDX-II ‘충무공이순신함’,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체계를 갖춘 KDX-III ‘율곡이이함’까지 전 세대 구축함 사업을 수행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한화오션 율곡이이함. [사진=한화오션]
수출 실적도 강점이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전투함을 수출했고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잠수함을 수출한 기업이다. 1998년 방글라데시 호위함 수주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훈련함, 태국 호위함, 영국 해군 군수지원함, 노르웨이 군수지원함 등 다양한 함정을 해외에 공급했다.
한화오션은 KDDX가 단순한 구축함 건조가 아니라 미래 해양방산 기술을 집약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2012년 개념설계 단계부터 통합전기 추진체계, 통합마스트, 첨단 함형, 통합네트워크, 스마트함교, 병력절감 자동화 기술 등 첨단 함정에 필요한 기술 연구를 수행해 왔다는 설명이다.
가장 앞세운 분야는 전전기 함정 기술이다. KDDX는 25㎿급 대용량·고출력 추진 전동기를 탑재해 감속기어 등 기계식 구동장치 없이 추진체계를 운용하는 방향으로 개발된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Ⅰ과 배치-Ⅱ를 설계·건조하면서 전기 추진체계를 적용했고 수상함 분야에서도 ‘함정 통합전력시스템 제어 및 해석기술’ 과제를 수행했다.
특히 한화오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보고-Ⅲ 잠수함 건조 당시 LBTS(육상시험시설)를 활용해 전기 추진체계 통합성능을 사전에 검증한 경험이 있다. 대형 함정 전기 추진체계는 안정적인 전력제어와 통합 역량이 핵심인 만큼 이를 KDDX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함교와 전투지휘실 기술도 한화오션이 집중하는 분야다. 한화오션은 ATX-II 개념설계에 스마트함교 설계를 적용했고 지난해 인도한 강화도함에는 통합형 콘솔과 전시기를 배치한 개념을 처음 적용했다. 울산급 배치-Ⅳ에도 전투함 최초로 통합전시기, 통합형 콘솔, 첨단기술이 포함된 스마트함교 적용을 진행 중이다.
미래전에 대비한 함정통합네트워크와 사이버보안관제체계도 차별화 포인트다. 한화오션은 KDDX 기본설계 당시 제안했던 함정통합네트워크 개념을 구체화했고 사이버보안관제체계는 울산급 배치-Ⅲ 5·6번함과 배치-Ⅳ 1·2번함에 적용할 예정이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함정 사이버보안관제 기술은 국내 최초로 선급 인증도 획득했다.
생존성 강화와 승조원 편의성도 장점이다. 한화오션은 RCS(레이더 반사 단면적) 감소 요소기술, IR(적외선) 신호를 줄이는 고성능 차열도료, 통합생존성 분석 기술, 손상통제 자동화 기술 등을 연구해왔다. 병력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 해군 수준의 거주성 확보와 저궤도 위성통신 체계를 활용한 인터넷 단절 문제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건조 중인 함정에서 승조원 편의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개선 항목을 적용하고 있다”며 “KDDX에도 혁신적인 거주개념 전환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김희철 한화오션 사장(오른쪽).[사진=각사]
[신아일보] 우현명 기자 wisewoo@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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