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해상 공습에 협상 교착
이란, 선박 3척 공격 및 나포
美도 이란 유조선 3척 나포
“강압의 한계 시험하는 상황”
(로이터=연합뉴스) 2026년 4월 22일 이란 국영방송이 배포한 이란 군인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컨테이너선 나포 장면 캡처 화면. (IRIB/Handout via REUTERS) [이란 국영방송 IRIB 제공 사진. 이란 내 사용 금지,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 VOA 페르시아어 서비스, 마노토, 이란 인터내셔널, 라디오 파르다 등 사용 금지.]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다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 인근을 지나는 선박들을 잇달아 공격하고 나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 연장안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국제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으며 중동발 전운은 글로벌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교착 상태로 접어들었다.
AP,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선박 3척을 공격하고 그중 2척을 나포했다. 이란 관영 매체들은 IRGC가 유포리아호를 공격해 이란 해안에 좌초시켰다고 보도했다. 또한 라이베리아 국적의 컨테이너선 에파미논다스호와 파나마 국적의 MSC 프란체스카호를 나포해 이란 해안으로 압송했다. 그리스 테크노마 해운은 자사 선박인 에파미논다스호가 오만 북서쪽 해상에서 총격을 받아 일부 파손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지 단 하루 만에 발생했다.
이란은 이를 미국의 이란 항만 봉쇄와 이란 선박에 대한 미국의 발포·나포에 따른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이란 국회 의장 겸 수석 협상가는 이날 SNS를 통해 “미국은 군사적 침략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위협을 통해서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봉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해협을 재개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봉쇄 해제만이 휴전 협상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선박 나포를 ‘해적 행위’라고 규탄하면서도, 해당 선박들이 미국이나 이스라엘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휴전 위반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소형 함정들을 사용하는 것은 이란 해군이 파괴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이란의 대외 무역을 차단하기 위한 해상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현재까지 이란 항구에 출입하려던 선박 29척을 회항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미 해군은 벵골만 등 아시아 해역에서 이란 국적 유조선 딥 씨, 세빈, 도레나호를 차단해 이동 경로를 변경시켰다. 벵골만 남쪽 인도양에서 이란산 원유를 실은 대형 유조선도 미군에 나포됐다. 이는 선박이 해협을 벗어난 뒤에도 봉쇄 위반 선박을 압류할 수 있는 미국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AP는 전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어떤 배도 미군을 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해협 마비에 경제적 손실 천문학적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폐쇄는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전쟁 전 하루 약 130척에 달하던 통행량은 현재 몇 척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공급량의 5분의 1이 차단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2주 만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기관과 분석업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분쟁이 수개월간 지속될 경우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의 가장 깊은 경기 침체기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다.
물류 대란은 에너지 분야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인공지능(AI) 칩 생산에 필수적인 헬륨과 글로벌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비료 공급망이 마비됐다. 알루미늄 가격은 4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으며 유럽에서는 항공유 부족으로 인해 루프트한자 항공이 10월까지 2만 편의 단거리 노선을 취소하는 등 연료 배급제에 돌입했다.
중동 현지의 피해도 막심하다. 리스타드 에너지는 지역 내 파손된 에너지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최소 580억 달러(약 8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입어 복구에만 최대 5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휴전의 실질적 효력은 불분명한 상태다. 로이터는 이번 주 초 종료될 예정이었던 2주간의 휴전 상태가 여전히 불명확하며 이란 당국자들은 휴전 연장에 동의했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파키스탄, 이집트 등 중재국들이 외교 과정을 되살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제3자를 통한 메시지 교환만 이어질 뿐 실질적 외교 진전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도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큰 입장차를 보이는 가운데 해상에서는 긴장 완화가 아니라 강압의 한계를 시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전쟁과 평화 사이의 무력한 공백기’라고 진단했다. 위기 정보 회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르비욘 솔트베트 수석 분석가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으며 보험료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산발적인 공격을 지속하는 것이 이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국장 역시 “미국과 이란 모두 물러서지 않고 강압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며 “이중 봉쇄가 지속되는 한 모든 경고 사격과 선박 나포는 언제든 대규모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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