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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황보람의 너클볼] 토스와 신한카드의 '만우절 진심'

AI 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물질적인 실체가 없는 시대가 오면, '신뢰 자원'은 더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을지 모릅니다. 믿어도 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에 사람들 '신뢰도'를 들춰보게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황보람의 너클볼] 토스와 신한카드의 '만우절 진심'

이승건 토스 대표(왼),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오)/사진=각 사 제공

신한카드 박창훈 대표가 지난 1일 '미래 신한카드를 위한 결연한 선언'을 했습니다. 박 대표는 직원들에 메일을 보내 "최근 우리 회사가 마주했던 실적 부진과 일련의 사고들은 경영진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과오다. 겸허히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성과급 반납까지 언급하며 무거운 분위기로 4월의 문을 열었습니다.

반대로 같은 날 분위기가 상반된 선언이 나와 주목받은 곳도 있었는데요. 바로 토스 이승건 대표의 '만우절 이벤트'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직원 100명에게 평생 월세와 이자를 지원하겠다는 파격 선언을 합니다. "누구는 부동산으로 수익을 올리고, 누구는 주거비 때문에 생존의 어려움에 서는 모순에 대한 문제의식"이라는 소신도 전했습니다.

다만 토스 이벤트가 만우절에 발표된데다 내용도 파격적이어서 진위가 의심되기도 됐지만, 결국 그날 밤 팀원 10명에게 1년 간 월세를 지원하는 것으로 현실화됩니다. 지원 대상과 기간이 다소 축소됐으니, 냉정하게 말하면 '일부 거짓말'이긴 해도 이조차도 대단한(?) 결정이다보니 안팎에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양사의 상반된 만우절 아침의 분위기가 어쩌면 '떠오르는' 핀테크와 '저무는' 카드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실제 카드업계는 수수료율 인하에 조달비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요즘 꽤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대로 각종 페이사들은 '플라스틱 카드를 없애버리겠다'며 무섭게 달려들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화폐 개념도 큰 복병입니다.

기업계 카드사보다 은행계 카드사의 부진은 더 심각합니다. 이제는 은행을 낀 카드 영업도 영 시원찮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움직여야 하는 시대에, 은행이라는 큰 형님을 모시고 뛰기에 몸이 무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신한카드가 삼성카드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은행계 카드사'의 부진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한카드는 가맹점 대표자 정보 20만건 가까이 유출되는 심각한 내부통제 사고도 겪었습니다. 위기 속에서 직원들은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보따리를 쌉니다.

사실 카드사의 진짜 위기는 바로 '미래의 부재'입니다. 카드업계 사람들조차 카드업은 '사양 산업'이라거나 '수명 연장'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 카드사들이 선뜻 미래에 올라타지도, 과거를 고수하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신한카드는 업계 최초로 '페이스페이'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유야무야가 되더니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사업을 접었습니다. 선점은 했지만, 끝을 보지 못했습니다.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러는 사이 토스는 '페이스페이' 단말기를 자체 개발하고, 전국적인 확산에 나섰습니다.

애플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부터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일부 준비 과정이 노출되면서 카드 이용자들을 설레게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군불만 지피다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토스뱅크는 빠른 속도로 애플페이 도입 절차를 마무리합니다. 의사결정의 수준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두 회사의 희비는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4767억원으로 전년보다 16.7% 줄었습니다. 반면 토스 앱을 운영하는 비바퍼블리카의 영업이익은 3360억원으로 1년 만에 270.5% 뛰었습니다. 결제와 금융의 축이 이동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기업도 생로병사라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끝까지 해봐야 아는 게 인생의 묘미 아닐까요. '추진력'만큼이나 더 중요한 에너지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뢰 자원'입니다.

AI 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물질적인 실체가 없는 시대가 오면, '신뢰 자원'은 더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을지 모릅니다. 믿어도 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에 사람들 '신뢰도'를 들춰보게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유쾌한 '일부 거짓말' 만우절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는 토스도 언제까지나 유쾌할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또 만우절에도 농담기 싹 빼고 진지할 수밖에 없다는 건, 사실은 금융회사로선 가장 중요한 자원을 지키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사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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