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흔든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돌풍 뒤편에서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막상 약을 맞기 시작한 환자 10명 중 5명이 번거로움과 부작용을 이기지 못하고 1년 안에 치료를 포기하는 탓이다. 시장의 판도가 '더 많이 빼는 약'에서 '더 오래 맞게 하는 약'으로 넘어가면서, 투약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국내외 제약사들의 속도전이 시작됐다.
주사바늘 공포에 부작용까지…'중도 포기' 속출
22일 미국 의사협회저널(JAMA)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간 위고비, 마운자로, 삭센다 등을 처방받은 환자 12만 5474명 중 53.6%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투약을 중단했다. 당뇨가 없는 비만 환자만 떼어놓고 보면 이 비율은 64.8%까지 치솟고, 2년 내 중단율은 72.2%에 달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당뇨 없는 비만 환자의 12개월 지속 사용률은 고작 24.5%에 머물렀다.
환자들이 비만 치료를 중도 포기하는 주된 원인은 구토나 설사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과 매달 수백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이다. 여기에 매주 배나 허벅지에 직접 주사 바늘을 찔러야 하는 번거로움도 한몫한다. 비만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주 1회 제형은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붙잡아두기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약물 투여를 중단할 경우 발생하는 '요요 현상'이다. GLP-1 계열 약물은 소화 속도를 늦추고 뇌에 포만감을 주는 방식으로 체중을 감량시키기 때문에, 투약을 멈추면 식욕이 다시 억제되지 않아 원래 체중으로 빠르게 돌아갈 위험이 크다. 결국 부작용을 견디며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투약을 중단하는 순간 치료 효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지속적인 치료를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주 1회'에서 '월 1회' 투여로
기업들은 환자의 몸속에서 약물이 천천히 흡수되도록 하는 약물 전달 기술(DDS)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이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다. 대웅제약은 지난 21일 바이오 스타트업 티온랩테라퓨틱스와 위고비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의 4주 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위한 기술도입 계약을 맺고 글로벌 임상 채비에 나섰다. 연내 첫 환자 투약이 목표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의 성패는 약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초기 과다 방출(burst release)' 현상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렸다. 대웅제약과 티온랩은 약물 입자를 균일하게 만드는 '큐어(CURE)' 기술과 초기 방출을 막는 미립자 코팅 기술 '큐젝트 스피어'를 결합해 이 문제를 풀었다. 개발에 성공하면 매년 52번 맞아야 했던 주사 횟수가 연 12회로 줄어든다.
추격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동국제약은 주사 주기를 2~3개월까지 늘린 비만 치료제의 비임상 검증을 마치며 글로벌 기술이전을 노린다.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의 플랫폼을 빌려 위고비와 마운자로 성분의 1개월 지속형 제품을 동시에 개발 중이며, 알테오젠 역시 비만 쥐 모델을 활용한 약력학(PD) 실험을 통해 월 1회 투여 치료제의 효과를 검증했다.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는 빅파마들이 플랫폼 기술을 사들이며 초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암젠은 분기별(3개월) 1회 투여를 목표로 하는 이중기전 주사제 '마리타이드'의 글로벌 3상 임상을 승인받아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11월 바이오텍 멧세라 인수를 통해 장기 지속형 주사제 파이프라인을 단숨에 수혈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지난 1월 중국 CSPC 파마슈티컬의 인공지능(AI) 기반 약물 전달 플랫폼 및 '월 1회 리퀴드젤' 주사제 기술에 대한 글로벌 독점권을 사들이며 판도 뒤집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월 1회 제형은 초기 방출 제어와 장기 혈중농도 유지가 동시에 필요한 만큼 플랫폼 기술의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형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 대신 바이오텍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개발 속도와 제형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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