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게임업계에도 간접적인 파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쟁 리스크는 지정학 이슈는 물론, 환율·소비·비용 구조 등 복합적인 변수로 작용하며 게임사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전쟁 리스크는 업계에 '양면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단기 실적 개선 효과가 존재하는 반면에 소비 위축과 비용 상승, 투자 심리 악화 등 중장기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다.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환율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제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에는 단기적인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를 중심으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크래프톤 매출의 약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구조로 원·달러 환율 상승 시 매출 환산 효과가 커진다. 넥슨 역시 일본 상장사 구조를 기반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 상승 시 실적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임사는 상황이 다르다. 카카오게임즈 등은 모바일 게임 중심 수익 구조와 국내 이용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전쟁으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경우, 게임 과금과 같은 여유 콘텐츠의 선택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쟁과 경기 불안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단기적으로 증가하기도 하지만, 과금 규모는 오히려 감소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관측돼 왔다.
스타티스타(Statista)에 의하면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 리스크 확대 당시 실제 동유럽 게임 시장의 매출이 감소한 바 있다. 결제 인프라 제한에 소비 위축이 겹친 탓이다. 당시 이용자의 이용 시간은 증가했지만 ARPU(유저당 매출)는 하락했다.
이는 게임 이용 시간과 결제 의사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앱 애니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실질 소득 감소가 진행됐던 2022년 글로벌 모바일 게임 소비는 전년 대비 5% 감소하기도 했다.
비용 구조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존재한다. 최근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서버 인프라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전력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곧 데이터센터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GPU 기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임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도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넷마블은 6164억원, 크래프톤은 6123억원을 R&D에 투입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투자 규모가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인프라 비용까지 상승할 경우 단기 수익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증시 측면에서도 영향은 뚜렷하다. 게임주는 대표적인 성장주로 분류되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투자 심리 위축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신작 성과와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기업 가치가 형성되는 산업 특성상,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밸류에이션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는 제조업처럼 원자재 영향을 직접 받지는 않지만, 환율과 소비, 인프라 비용이라는 간접 변수에 매우 민감한 산업"이라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단기 수혜보다 구조적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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