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미-이란 전쟁 참전...코스피 5% 급락
내달 1분기 어닝시즌...외인 순매도도 정점 통과
실적 모멘텀 재개시 코스피 강세 전망
美 사모신용 리스크 확산 지적도..."유동성 경색 심화"
예멘 수도 사나에 집결한 후티 반군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미국-이란 전쟁 확산 여파로 국내증시가 급락하고 있다. 증권가는 코스피 향방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다.
먼저 이번 약세장을 비중확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쪽이다. 전쟁 발발 이후 다수 업종이 실적 대비 저평가 국면에 진입하면서, 내달 예정된 1분기 실적발표 시즌부터 실적 모멘텀이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미국 사모신용 시장의 환급 리스크가 확대되며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으로 평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코스피는 4.73% 급락한 5181.8로 출발했다. 이란 전쟁 직전이었던 지난 2월 27일(종가 6244.13)부터 이달 27일까지 하락률은 12.53%(805.26)다.
지정학적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티는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참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대변인은 성명에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저항전선에 대한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의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작전은 이란의 무자헤딘(이슬람 전사) 형제들과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수행한 영웅적인 작전과 시기적으로 일치했다”며 미사일 발사가 이란 군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과 조율 속에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1분기(위)와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상향, 하향된 업종. 사진=대신증권
오히려 반전 모멘텀?
이날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승전 지정학적 리스크, 오히려 반전 모멘텀? 가려진 정책·실적 모멘텀에 주목할 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 관련 모든 이슈를 지정학적 리스크가 흡수하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해석하면 리스크 완화·해소시 글로벌 금융시장의 빠른 정상화 또한 가능하다는 의미다. 완화·해소 가능성에 무게를 둘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스피 5400선 이탈 시 매수 타이밍을 늦추고, 5000 이하부터 4700선까지는 분할매수 관점에서 대응으로 전환하기를 권고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상향된 업종은 화학, 반도체, 증권, 운송, 유틸리티, 소매(유통), 화장품·의류, 소프트웨어, IT하드웨어 등 18개에 달한다. 이 중 1분기 뿐 아니라 연간 이익까지 상향조정 중인 건 반도체, 증권, 운송, 소매(유통), IT하드웨어, 건강관리 6개다.
업종별 전략도 제시했다. ▲이차전지, 인터넷, 제약·바이오, 화장품·의류,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가격대에서 비중 확대가 가능한 업종이며 ▲반도체, 자동차, 방산, 조선, 기계는 단기 변동성 확대 시 분할매수 접근이 유효하다고 봤다.
전쟁 후 코스피 약세를 이끌었던 외국인의 순매도세도 차츰 약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이달 외인은 코스피를 총 29조9344억원 순매도했다. 이 중 21조8689억원(삼성전자 15조5587억원, SK하이닉스 6조3192억원)이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됐다. 반면 9개 업종(기계, 건강관리, 조선, 보험, 화장품·의류, 소매·유통, 통신서비스, IT가전, 필수소비재)에서 2조원을 순매수했다.
이 연구원은 "외인은 코스피 시장을 매도하는 것이 아닌 최근 급등세를 보인 일부 업종에서 차익 매물 출회 중"이라며 "외인 누적 순매수 강도 기준 코스피와 반도체 매도는 클라이맥스를 통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비상장 기업성장투자기구(BDC)의 환매요청이 통상 한도인 5%를 상회했다. 다수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환매를 제한하고 있다. 사진=대신증권
심화하는 사모신용 불안
반면 근본적인 리스크는 외부의 지정학적 이슈보다 금융시장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사모신용에선 AI 기술 발전이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급증했다. 사모신용은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비상장 기업에게 제공하는 대출이다. 주로 자산은 적지만 미래 현금 담보가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많이 활용했다.
그러나 다수 펀드가 환매를 제한하며 자금 인출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랙록을 비롯한 주요 운용사들은 인출 한도를 가동하고 있으며, 인출 제한에 도달한 에버그린 펀드 수 역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사모신용 부도율은 지난해 연간 9.2%로 전년(8.1%) 대비 크게 높아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AI 도입 확산 시 부도율이 최대 13~1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민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록에 이어 주요 운용사들이 인출 한도에 의존하는 현상은 사모 시장 내 '돈맥경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국채 시장의 유동성 악화와 맞물려 금융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 전이 우려가 커지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 경색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상황이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쓸 카드가 없다”며 "채권 시장의 고통은 아직 증시로 제대로 넘어오지도 않았다"고 짚었다.
여기에 국내 증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업종에서도 부담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메모리 현물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며 마이크론 주가는 대폭 하락한 바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DD5 16GB의 스팟 가격이 3월 19일 고점을 갱신한 뒤 일주일간 조정받았고, 계약가격 대비 프리미엄이 1분기 평균 30%에서 최근 20%로 좁혀졌다”며 “우리는 디램 가격의 상승 속도가 3분기부터 둔화될 것이며, 그 전조현상이 5~6월정도 주가의 조정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의 테마는 D램 가격 상승폭에서 D램 가격의 지속성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두 테마 사이의 정확한 분기점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 조정을 버티는 것이 리스크-리턴에서 유리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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