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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화요칼럼] 지금, 몇 살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우리는 누구나 두 개의 나이를 가지고 살아간다. 하나는 주민등록증에 적힌 나이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속에 자리한 나이다. 전자를 역연령(Chronological Age)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주관적 연령(Subjective Age)이라고 부른다.

[화요칼럼] 지금, 몇 살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곽홍란 시인·문학박사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간직한 사람은

결코 늙지 않는다.”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우리는 누구나 두 개의 나이를 가지고 살아간다. 하나는 주민등록증에 적힌 나이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속에 자리한 나이다. 전자를 역연령(Chronological Age)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주관적 연령(Subjective Age)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70세인 사람이 자신을 “아직 50대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역연령은 70세이지만 주관적 연령은 아주 젊은 50세인 셈이다. 반대로 50세이면서도 스스로를 이미 늙었다고 느끼고 행동한다면 주관적 연령이 역연령보다 훨씬 높을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나이가 들수록 이 두 나이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신을 실제 나이보다 젊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단순히 ‘젊어 보이는 사람’과는 다르다. 이들에게 젊음은 얼굴의 주름이나 신체적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어떤 65세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거리낌이 없고,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을 익히며 여행과 취미를 즐긴다. 젊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 65라는 숫자는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반면 50대인데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새로운 일을 포기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줄이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역연령보다 주관적 연령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살인가 보다 몇 살로 살아가고 있는가일지도 모른다. 주관적 연령이 역연령보다 젊은 사람들에게서는 몇 가지 공통된 삶의 방식이 발견된다. 첫째는 끊임없이 배우는 태도다.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 앞에서 “나는 나이가 많아서 못 해”라고 말하기보다 “한번 해보자”고 생각한다.

둘째는 사람과의 관계를 확장할 줄 안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폭을 좁히기보다 세대와 직업, 관심사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신의 세계를 깊고 넓게 다독인다.

셋째는 몸을 돌보되 나이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다. 걷고 운동하고 잘 먹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오늘을 활기차게 살아가기 위한 준비임을 안다.

넷째는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 때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은퇴를 인생의 끝이 아니라 삶의 두 번째 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섯째는 미래를 바라보는 습관이다.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에만 머물지 않고 “앞으로 무엇을 해볼까?”라고 질문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마음이 늙지 않는 것 아닐까.

나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노인’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60대, 70대, 심지어 80대에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창업을 하고 여행을 떠나며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진 것만큼 인생의 단계도 길어졌다. 이제는 과거의 기준으로 노년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고령화는 이제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이가 들면 무엇을 못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물론 신체의 변화는 받아들여야 한다. 젊은 시절과 똑같은 체력과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체적 나이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과 삶의 가능성까지 포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명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젊음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나이에 맞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갇히지 않고 사는 것이다.

때로는 속도를 늦출 줄 알고,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 젊은 세대에게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고, 자신의 경험으로 다른 세대에게 나눌 것이 있으면 나누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일을 기다릴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리라.

어쩌면 진짜 나이는 생년월일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의해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태어난 나이의 숫자를 없앨 수는 없지만, 삶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는 선택할 수 있다. 젊게 산다는 것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삶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잃지 않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히 긴 수명이 아니다. 길어진 인생을 어떤 마음과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철학이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나직이 질문한다. “지금, 몇 살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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