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환 후 초대 행정장관 지내
보안법 제정 시도 등 정책 논란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초대 행정장관을 지낸 둥젠화(홍콩명 퉁치화)가 8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둥 전 장관은 전날 홍콩의 한 요양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그의 사무실은 성명을 내고 “고인은 평생 흔들림 없는 헌신으로 국가와 홍콩 특별행정구를 위해 봉사했다”며 “성실함과 연민, 품위를 갖춘 그의 공헌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둥 전 장관은 1997~2005년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을 지냈다. 장관 퇴임 이후에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을 맡았다. 그는 2021년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회를 마지막으로 공개 활동을 접고 투병 생활을 해왔다.
둥 전 장관은 1937년 상하이 해운업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1947년 가족들과 함께 홍콩으로 이주했다. 1982년 부친이 사망하자 해운기업 오리엔탈 오버시스의 총수가 됐다. 이후 1985년 홍콩 기본법 초안 마련을 지원하는 위원회에 참여했다.
최근 기밀 해제된 영국 정부 문서에 따르면 둥 전 장관은 1982~83년 홍콩 총독부에 ‘홍콩인이 홍콩을 통치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홍콩 독립매체 단전매가 전했다.
둥 전 장관은 1993~1996년 ‘홍콩·미국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을 맡아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이후 경색된 미·중관계를 복원하고 투자 유치를 이끄는 물밑 외교를 담당했다. 1996년 1월 홍콩 특별행정구 준비위원회 첫 회의에서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면서 홍콩의 유력한 정치 지도자로 떠올랐다. 홍콩 명사 400명으로 구성된 후보 지명위원회의 간접선거를 거쳐 1997년 첫 행정장관에 선출됐다.
8년간의 임기는 정책 실패 논란으로 얼룩졌다. 홍콩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택 8만5000호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2002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이듬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으로 홍콩에서 299명이 사망했다.
2003년 홍콩 보안법 제정 시도는 그의 리더십에 결정적 타격을 줬다. 둥 전 장관은 홍콩 기본법 제23조에 근거해 중국에 대한 반역 조항 등을 규정한 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홍콩 시민 50만명이 거리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무산됐다.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이 문제로 둥 전 장관을 공개 질타했다. 그는 2005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장관직에서 사임했다.
단전매는 둥 전 장관이 홍콩 통치의 규칙이 만들어지던 시기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공고히 하지 못했고 중국 정부가 개입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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