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 추석 연휴 동안 YTN 노조가 파업했었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 상가에서 전해 들었다. YTN 노조는 유진 그룹의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6일간의 방송사 파업인데도 세상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는 몇 가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연휴 파업임에도 비상 근무자들의 노력으로 방송사고 없이 매끄럽게 송출되었다. 또 유튜브와 OTT 인기 등으로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YTN의 위상은 안타깝게도 과거에 비해 많이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YTN 최대주주를 공기업에서 유진그룹으로 변경하도록 승인한 방송통신위원회 처분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재적 5인 중 2인의 의결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성격을 고려할 때 절차상 위법이라며 노조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감사원은 9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YTN 지분 매각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즉, 이 전 위원장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합산지분 30.95%을 전량 매각하도록 요구하면서 다른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됐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감사원의 자료를 넘겨받아 위법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방미통위는 유진그룹의 YTN 인수 승인에 관한 직권취소 논의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하지만 YTN 문제 해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YTN 노조와 민주당의 요구대로 절차적 위법성을 이유로 유진그룹의 YTN 인수를 취소할 수 있다. 이른바 ABC(Anything But Conservative)다. 과거 보수정권의 결정을 부정하고 지우는 정책 기조인 셈이다. 하지만 정권 성향에 따라 결정을 뒤집으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고등법원, 대법원의 판결도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방미통위 결정은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리면, 2023년 10월 유진그룹은 3199억원을 써내 지분 30.95%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 3199억원은 주당 2만4600원으로 낙찰 당일 종가(6000원)의 4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만약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3199억원을 들여서 YTN 지분을 재매입한다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배임 논란에 부딪히게 된다.
지난주 금요일인 16일 YTN의 종가는 1987원. 2000원으로 계산하더라도 3199억원은 시세의 12배 가격으로 되사는 셈이다. 명백한 배임이라 여권에서도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에게 되사라고 강하게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인것이다.
미디어업계에서는 다른 사기업의 YTN 인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그룹의 지분을 매입하는 기업은 먼저 YTN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한다. 2017년 5월 당시 조준희 사장은 임기 1년여를 남기고 돌연 물러났다. 이어 임명된 최남수 사장은 취임 5개월 만에 노조와의 갈등 속에 사임했다. 유진그룹이 임명한 김백 사장도 취임 1년 4개월 만에 물러났다. 일부 건설회사 등의 이름이 잠재적 인수회사로 거론되지만 이들 회사가 YTN을 인수해서 건전한 언론사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요즘 미국 24시간 뉴스채널시장에서 중도성향의 CNN 위상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980년 6월 출범한 세계 최초의 24시간 뉴스채널인 CNN은 9월 하루 평균 시청자는 37만5000명에 불과했다. 이념적으로 보수성향의 폭스뉴스가 하루 평균 106만명의 시청자로 1위, 진보성향의 MSNOW가 평균 시청자 57만명으로 2위이다. 여기에 경제뉴스, 날씨뉴스, 스포츠뉴스 등 특화된 24시간 뉴스채널이 생겼다. 또한 뉴욕시, 뉴잉글랜드, 텍사스, 플로리다, 북서부지역 등에서는 24시간 지역뉴스 채널들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국내 상황은 케이블 뉴스채널 신설이 자유로운 미국과는 다르다.
YTN 대주주인 유진이엔티에 대한 방미통위의 청문이 조만간 실시될 전망이다. 방송뉴스의 공정성과 공익성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고, 뉴스 채널의 대주주 역시 도덕성을 갖출 의무가 있다. 또한 대주주 변경과정 역시 절차적 흠결이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 기관은 출구에 대한 전략도 고민하면서 정책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자칫 YTN을 출구 없는 골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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