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수단으로 체험단 마케팅 확산
체험단 '노쇼' 에 자영업자 피해 호소
"무료 체험이라 약속 가볍다" 지적
5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블로그 협찬 다시는 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누리꾼 A씨는 "블로그 체험단이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찾아왔다"며 "예약 여부와 무관하게 찾아오거나 정해둔 인원 제한을 무시한 채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등 무례한 행동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체험단 피해를 호소하는 자영업자의 글. 예약 후 연락이 끊기거나 방문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업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 카페 캡처
약속을 하고도 나타나지 않는 체험단 '노쇼(No-show)'와 매너 문제가 자영업자 사이에서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홍보가 필요한 업주에게 체험단 마케팅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홍보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체험단 예약 후 방문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방문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업주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체험단 노쇼가 잦은데 체험단 모집할 때 어떻게 방지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커뮤니티에 게시되기도 했다. 글을 작성한 누리꾼 B씨는 "체험단 예약을 받았는데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노쇼하는 사람이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댓글엔 "2명으로 예약한 뒤 1명만 와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채 노쇼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내용도 올라왔다.
체험단 마케팅은 업주가 음식, 제품, 서비스 등을 체험단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참여자가 이를 경험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후기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통상 체험단은 1, 2주 정도의 체험 기간을 두고 운영된다. 참여자는 매장을 방문하거나 가정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일정 기간 내에 후기를 게시해야 한다.
후기 형식은 다양하다. 블로그 포스팅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릴스, 네이버 방문 리뷰, 짧은 영상 콘텐츠인 '클립' 등 다양한 형태로 요구된다.
체험단 모집 페이지에 표시된 후기 작성 가이드라인. 사진 15장 이상, 1,000자 이상의 블로그 글 작성 등 구체적인 콘텐츠 제작 조건이 제시된다. 리뷰노트 캡처
업주들은 일반 고객이 몰리는 주말이나 피크 시간대를 피해 평일에 체험단 방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락이 두절되거나 개인 일정 변경을 이유로 대면서 갑작스럽게 약속했던 체험단 방문을 취소하거나 노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음식점이나 카페는 이럴 경우 손해도 크다. 미리 준비해 둔 재료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용 등 서비스 업종 역시 비워 둔 예약 시간만큼 손님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같은 피해에도 자영업자들이 체험단 마케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매력적인 '비용 대비 효과'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30대 여성 C씨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광고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체험단은 광고비를 크게 들이지 않고 서비스 제공으로 홍보 효과를 만들 수 있어 접근하기 쉬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용 업종은 신규 고객 유입이 필수적"이라며 "시술 과정이나 유지 기간, 매장 분위기를 자세히 남길 수 있는 체험단 마케팅이 가성비 좋은 홍보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체험단 모집 플랫폼 '리뷰노트'에 공지된 체험단 상품. 식당, 카페, 제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체험단을 모집하고 있다. 리뷰노트 캡처.
체험단 마케팅이 일정한 홍보 효과를 가진다는 점도 자영업자를 유인하는 요소다. 실제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경험한 체험단이 작성한 리뷰를 일반 광고보다 더 신뢰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가 지난해 3월 국내 20~64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1개월 내 온라인 쇼핑 구매 사례 6,000건을 분석한 결과, 27.3%(546명)가 'SNS 상의 일반인 또는 인플루언서의 사용 후기와 홍보 콘텐츠를 보고 제품 구매 필요성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통합 디지털 마케팅 기업 CJ메조미디어에서 지난해 4월 서울·경기 지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10~30대는 제품 구매에 영향을 준 광고 유형으로 '인플루언서 추천'이나 '리뷰 광고'를 꼽았다. 경험에 기반한 리뷰가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셈이다.
실제 업주들도 체험단 마케팅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C씨는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우리 샵 후기가 상단에 뜨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 신규 문의가 평소보다 꾸준했다"며 "후기 사진을 보고 비슷한 느낌으로 시술을 받고 싶다고 한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김모씨 역시 "종로는 카페와 베이커리가 많아 검색이나 블로그 후기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않으면 운영이 쉽지 않다"며 "블로그나 네이버 리뷰 후기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다양한 매장 체험 후기 게시물. 소비자들은 리뷰 내용을 참고해 매장 방문 또는 상품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
하지만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되는 홍보 구조 탓에 참여자의 책임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노쇼뿐 아니라 추가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나 허위 리뷰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2월 SNS 스레드에 올라온 글에는 "노쇼도 너무 많고, 추가금이 발생하는 체험단이라는 점을 미리 안내했으나 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손님이 있었다"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 D씨 또한 지난해 8월 "예약금을 받기 어려운 체험단의 특성상 시간 엄수를 여러 차례 당부했지만 당일 지각으로 시술을 제공하지 못했다"며 "이후 중복 예약을 받았다는 허위 리뷰까지 올라와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자영업자들은 블랙리스트 관리나 체험단 예약금 제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누리꾼 E씨는 "체험단도 예약금을 받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며 "리뷰 작성까지 확인한 후 예약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라 노쇼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액 예약금을 내고도 포기하고 노쇼하는 경우도 있다" "업주 간 개인 정보 공유가 어렵기 때문에 블랙리스트 관리는 실효가 없다" "예약금을 받는다고 하니 신고를 당했다"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C씨는 "체험단 노쇼는 '미루기 쉬운 약속'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체험단 마케팅이 서로의 노동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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