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뉴스
한때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에 이름을 올렸던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여 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에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이 준 마지막 시한인 2주 동안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공중분해 후 매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에 직접 고용된 1만2000명, 납품업체 등 최대 10만명으로 추산되는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문제도 절박해지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 측이 2주 안에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 즉시 항고를 제기하지 못하면 법원의 결정이 확정된다. 결정이 확정되면 홈플러스는 법정관리가 아닌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며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으로 최소 약 2000억원이 필요함에도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안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절차 재진행 가능성’도 언급했다. 운영자금이 부족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만큼 자금 조달 후 즉시 항고하면 폐지결정을 법원이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 기존 수정회생계획안에 그간 자구노력에 따른 사업성 개선 효과를 반영한 변경안을 제출했지만 법원이 문제로 지적한 2000억원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못했다.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추가 지원금 2000억원을 두고 책임공방을 벌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3일 메리츠에 “2000억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간청한다”고 거듭 호소했지만 메리츠는 지원 규모를 1000억원으로 제한하고 김병주 MBK 회장의 보증 조건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회생의 열쇠는 메리츠가 쥐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까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여러 계획을 추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알짜 사업부문인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했지만 매각 대금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1206억원에 불과했다. 또 37개 매장 폐점 등 1조2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줄였다며 납품만 정상화되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대형마트 매각작업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대형 마트업체조차 온라인몰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는 데다 농협 등이 인수자로 거론됐지만 공식적으로 거절의사를 밝혔다.
끝내 홈플러스가 2000억원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면 파산절차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법원이 홈플러스에 파산을 선고하면 자산을 채권자들에 배당하는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 홈플러스 자가 점포 62개는 메리츠에 신탁 담보로 잡혀 있다. 신탁 담보는 파산재단의 일반적인 경매 절차에 포함되지 않고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메리츠는 지난 2024년 홈플러스의 부동산과 유형자산을 신탁자산으로 받고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 1조3000억원을 내준 바 있다.
일각에서는 메리츠가 담보로 잡은 점포들을 차례로 처분하며 대출 원리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 MBK가 회생절차 개시 전 ‘알짜’ 홈플러스 동대문점을 매각한 뒤 현재 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과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메리츠 역시 점포 부지를 주상복합·물류센터·오피스 등으로 용도 변경해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MBK와 메리츠의 극적인 타협은 물론 공적자금 투입 등 정부가 직접 나서는 방법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1만여 명이 넘는 홈플러스 직원이 대량 실직하고 지역경제가 무너질 경우 정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트 노조는 법원의 절차 폐지를 ‘사형 선고’라며 “정부는 모든 긴급 조치를 통해 홈플러스 회생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도 “MBK와 메리츠는 14일 내 2000억원을 즉시 투입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10만명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벼랑끝에 몰린 홈플러스가 되살아날 수 있을 지 앞으로 2주일 남았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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