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홈플러스, ‘PB’로 한 달 내 재기 가능할까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취소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홈플러스가 다음달 초 다시 문을 연다. 홈플러스는 매장 면적과 상품 수를 줄이고 자체브랜드(PB) 상품 위주로 구색을 갖추는 미국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조’와 유사하게 매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홈플러스, ‘PB’로 한 달 내 재기 가능할까

2000억 바탕 8월 초 영업 재개

‘한국판 트레이더조’ 표방하며

“식품·생필품 위주 축소 운영”

회생안 가결 전 현금 창출 등

협력사·소비자 신뢰 회복해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취소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홈플러스가 다음달 초 다시 문을 연다. 홈플러스는 매장 면적과 상품 수를 줄이고 자체브랜드(PB) 상품 위주로 구색을 갖추는 미국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조’와 유사하게 매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기를 노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차별화된 상품을 내세워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만만찮은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선 납품업체·소비자 신뢰 회복이 회생 성공의 전제조건이란 평이 나온다.

28일 홈플러스 일반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전날 노사간담회에서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이 들어오면 7일 이내에 임시휴점 중인 67개 매장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DIP 2000억원이 입금되는 시점은 이달 31일, 혹은 다음달 3일로 예상돼 늦어도 8월10일에는 홈플러스가 다시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평균 약 1300평 규모인 매장을 600~1000평 이내로 줄여 식품 위주 영업을 할 방침이다. 사측은 기존 신선·가공식품 업체들과 납품 재개를 협의 중이며, 2000억원을 상품 공급에 최우선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노조에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한 다음날인 지난 22일, 재개장 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 면적을 축소하고, 회전율이 빠른 식품과 PB, 생필품 위주로 운영하겠다면서 이를 “트레이더조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600개 이상 매장이 있는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조는 상품을 냉동·간편식과 계절 한정상품 등 중심으로 약 4000개만 진열하고, 이 가운데 80% 이상을 PB 제품으로 구성하는 영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한국판 트레이더조’ 선언은 운영자금이 부족한 홈플러스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장 1곳에 재고를 채우려면 30억~35억원이 든다. 67개 매장에 물건을 진열하는 데만 2000억원을 다 써야 하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밀린 상품대금과 노동자 임금·퇴직금, 임대료, 공과금 등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축소 영업이 불가피한 상황을, 미국에서 핫한 트레이더조의 영업 방침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트레이더조의 경쟁력은 단순히 저렴한 PB 상품이 아닌, 그곳에서만 파는 특색 있는 제품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독점상품을 사기 위해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트레이더조 매장을 일부러 찾는다. 이는 강한 자본력과 신뢰, 상품 기획력을 바탕으로 납품업체와 독점적 공급계약을 맺어야 가능한 전략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납품대금이 밀리고 상품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납품업체와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상황이다.

납품업체가 제품 공급을 재개하고 소비자가 매장을 다시 찾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앞선 관계자는 “납품대금 미납이 발생하기 전에 2000억원이 투입됐다면 얘기가 달랐을 수 있다”며 “업계에서 이미 신뢰가 훼손된 상태”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PB 상품이 1400여종에 달하지만 기존 PB 제품군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기존 품목을 줄여서 진열한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을 협력업체와 협의해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례로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취급 품목 수는 약 5000종에 불과하지만, 이마트에서 파는 상품 수를 줄여놓은 게 아니라 트레이더스용으로 별도 개발한 것이 상당수여서 인기를 끈다.

영업 면적을 줄여도 임차료와 공과금 등 고정비는 별반 차이가 없는 문제도 남는다.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9월4일이다. 홈플러스는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영업하면서 현금 창출력을 증명해 채권단과 인수 의향자를 설득해야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달 안에 신규 상품을 내놓고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당장은 회전율 높은 신선식품 등으로 이익을 남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장기적으로 협력사·소비자 신뢰를 회복해 트레이더조 같은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