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기대 꺾이자 유가 반등··· 업종별 주가 엇갈려
투자 방향 빠르게 바뀌며 종목 간 격차 확대
이란 휴전 기대에 한 차례 크게 뛰었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다시 업종별로 엇갈렸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와 대한항공 등 항공주, 증권주가 일제히 밀린 반면, S-Oil과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에너지주와 해운주는 상승세로 돌아섰다./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이란과 미국의 2주 휴전 합의로 급등했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업종별 극명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와 대한항공 등 항공주, 증권주가 일제히 밀린 반면, S-Oil과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에너지주와 해운주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9일 외신에 따르면 미·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지속되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며 긴장이 재고조됐다. 휴전 해석을 둘러싼 당사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란은 해협 통행 제한과 통항료 부과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기대가 꺾이자, 전날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하루 만에 급격히 후퇴했다. 시간 외 서부텍사스원유(WTI)가 4% 넘게 반등했고, 미국 나스닥 선물도 약세로 돌아서며 아시아 증시 전반에 하락 압력이 가해졌다.
국내 증시에서는 전날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주가 먼저 밀렸다. 삼성전자는 7일 19만6500원에서 휴전 소식이 전해진 8일 21만500원으로 7.12% 상승했지만, 9일 오후 1시 17분 기준 20만3250원으로 3.44% 하락했다. 한미반도체도 7일 대비 8일 10.65% 올랐지만, 9일 오후 1시 19분 기준 27만4000원으로 2.32% 내렸다.
항공주도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대한항공은 7일 대비 8일 8.01% 상승했지만, 9일 오후 1시 21분 기준 2만4350원으로 2.40% 하락했다. 제주항공은 같은 기간 5.73% 오른 뒤 9일 오후 1시 22분 기준 3.46% 하락, 진에어 역시 6.20% 상승 뒤 9일 오후 1시 23분 기준 1.69% 하락했다. 유가 급락 기대가 하루 만에 약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식었다.
증권주도 하루 만에 방향이 바뀌었다. 키움증권은 8일 12.21% 상승했지만 9일 오후 1시 28분 기준 44만8000원으로 2.50% 하락했고, 미래에셋증권도 10.08% 상승 뒤 오후 1시 27분 기준 2.44% 내렸다. NH투자증권 역시 10.80% 상승 이후 오후 1시 28분 기준 0.59% 하락했다.
반면 정유·에너지주는 다시 상승했다. S-Oil은 8일 2.35% 하락했지만 9일 오후 1시 31분 기준 11만9900원으로 6.96% 상승했고, SK이노베이션은 8일 1.15% 하락 뒤 오후 1시 31분 기준 2.49% 상승했다. GS는 8일 6.19% 상승에 이어 9일 오후 1시 32분 기준 1.60% 추가 상승했다. 해협 통제 장기화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유가 반등 기대가 다시 살아난 영향이다.
해운주는 상승폭은 제한적이지만 견조한 움직임을 보였다. HMM은 8일 2.48% 상승 후 9일 오후 1시 23분 기준 0.24% 상승, 팬오션도 8일 0.39% 상승 뒤 오후 1시 24분 기준 0.19% 상승했다. 해협 통항 제한이 이어질 경우 운임 상승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주는 종목별 차이가 나타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일 대비 8일 3.45% 하락한 데 이어 9일 오후 1시 32분 기준 145만1000원으로 2.22% 하락했다. 반면 LIG넥스원은 8일 0.73% 상승에 이어 9일 오후 1시 33분 기준 91만1000원으로 9.36% 급등했고, 한국항공우주도 오후 1시 34분 기준 0.68% 상승했다. 중동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종목이 선별된 모습이다.
은행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KB금융은 8일 6.34% 상승 후 9일 오후 1시 28분 기준 보합, 신한지주는 8일 5.80% 상승에 이어 오후 1시 30분 기준 1.24% 상승했다.
이번 장세는 휴전 기대로 반도체, 항공, 증권이 먼저 올랐다가 하루 만에 정유, 해운, 일부 방산으로 무게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협상 지속 가능성과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 들어간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휴전 기대가 약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매수·매도 방향이 빠르게 바뀌고, 당분간 업종별로 주가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일과 달리 휴전 협정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시간 외 WTI가 4% 넘게 오르고, 국채 금리 상승과 함께 미국 나스닥 선물도 약세를 보였다”며 “이 영향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고, 특히 반도체 중심으로 낙폭이 커진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바논을 둘러싼 해석 차이와 이스라엘의 공습,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사 등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일 상승은 숏 포지션 청산에 따른 수급 영향이 컸던 만큼, 이후 시장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말 협상 결과에 따라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이후에는 실적 시즌과 주요 경제지표가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업종과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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