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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호남 반도체’, 국가 백년대계인가 정략적 매표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겨냥해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는 SNS 글을 올리자 국민의힘이 “국민과 언론에 대한 모욕”이라며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호남 반도체’, 국가 백년대계인가 정략적 매표인가

이재명 대통령 SNS (X·옛 트위터)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겨냥해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는 SNS 글을 올리자 국민의힘이 “국민과 언론에 대한 모욕”이라며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청와대의 대규모 투자 발표를 앞두고 대통령의 거친 표현이 정국을 급격히 냉각시킨 모양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국가 백년대계인 반도체 산업을 내부 권력 투쟁 시기에 맞춰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너무도 투명하다”며 “미래 동력을 정권의 ‘표밭 다지기’용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는 합리적 의심을 대통령은 ‘돼지의 눈에 비친 억측’으로 치부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남들이 모두 돼지로 보인다면 그것은 오직 대통령 본인의 마음이 돼지의 눈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거친 독설은 결국 본인을 향한 거울이자 자화상일 뿐”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조용술 대변인 역시 일방적인 ‘말 정치’를 비판하며 공개 토론을 요구했다.

당내 중진과 대권 주자들도 일제히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5선 윤상현 의원은 “호남에는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데 특정 지역을 거론한 것은 산업 전략이 아닌 정치적 보상”이라 지적했고, 박수영·강명구 의원도 순도 100%의 정치 논리라며 가세했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은 공세를 주도하며 “이재명 정부의 호남 투자는 공모 절차도, 유치 경쟁도 없는 깜깜이 밀실 속에서 ‘닥치고 무조건 호남’으로 가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유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시절 이미 확인된 일이라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2023년 특화단지 공모 당시 광주·전남은 탈락했다”고 반박하며 밀실 정책의 백지화를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을 언급하며 “민간 기업 자본으로 특정 지역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 규정했다.

광역단체장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허가권을 쥔 권력이 방향을 정해두고 압박하는 순간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정책적 협박’이 된다”고 꼬집었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인프라와 인력이 보장되지 않은 투자는 ‘공염불’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여당 내부의 ‘명청대전’ 총알로 쓰기 위해 반도체 산업을 망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야당의 공세를 ‘발목잡기용 정쟁’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임세은 더불어민주당 선임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초일류 기업들은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투자를 결정한다”며 “진영 논리로만 재단하려는 편협한 시선”이라 반박했다.

김현정 의원 또한 “정상적인 산업 정책을 과거 기업에 돈을 뜯어내던 범죄와 등치시키는 것은 나라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4류 정치”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조성행정’이나 ‘행정지도’라는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모나 유치 경쟁 없이 수백조 원의 투자 입지가 결정된 ‘절차적 정당성’의 한계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정당한 우려를 ‘억측’으로 치부한 대통령의 독설은 도리어 야권에 ‘밀실 독단 정치’라는 강력한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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