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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장의 시선] 월급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회

지난 한 주 투자자들의 휴대전화는 유난히 바빴다. 하루 만에 환호가 터져나왔다가 다음 날엔 한숨이 쏟아졌다. 급등락을 반복한 주식시장이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키운 탓이다.

[현장의 시선] 월급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회

강나리

정경부 차장

지난 한 주 투자자들의 휴대전화는 유난히 바빴다. 하루 만에 환호가 터져나왔다가 다음 날엔 한숨이 쏟아졌다. 급등락을 반복한 주식시장이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키운 탓이다.

눈길을 끄는 건 지수의 움직임 자체가 아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창을 열어보게 됐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주식 투자는 더이상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초년생부터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까지 투자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과거에는 경제면 기사에서나 볼 법한 용어들이 이제는 일상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주식은 물론이고 상장지수펀드(ETF), 가상자산, 해외 투자까지 다양한 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다. 언뜻 보면 투자 문화가 성숙한 결과처럼 보인다.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산관리 역량이 향상된 건 분명 긍정적인 변화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가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어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 자체가 아니라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공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투자란 선택의 영역이었고 여윳돈이 있는 사람이 미래를 위해 자산을 불리는 수단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의 투자는 점점 필수가 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도, 노후 준비도, 자녀 교육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으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특히 청년 세대일수록 이런 인식은 더 강하다. 열심히 공부해 취업하고 꾸준히 직장생활을 해도 자산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보고 자랐다. 노동 소득보다 자산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경험이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에 비해 임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고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 또한 단순히 일자리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의 소득만으로는 원하는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근에는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거나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도 흔하다. 증시 상승기마다 반복되는 ‘빚투’ 현상이다. 물론 투자에 따른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단순히 욕심의 문제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증시가 상승할 때도 사람들은 불안하다.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이다. 반대로 시장이 하락하면 손실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결국 투자자는 늘 불안하다. 휴대전화 속 숫자가 수시로 변하고 하루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도 낯설지 않다.

최근 증시 활황을 두고 경제 회복의 신호라고 평가하는 분석도 있다. 물론 시장의 상승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고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것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가 상승이 곧바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자영업자는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직장인들은 물가 부담을 체감하며 취업준비생들은 좁아진 취업문을 걱정한다.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건강한 사회라면 성실한 노동이 존중받고 미래에 대한 기본적인 예측 가능성이 보장돼야 한다. 누구나 투자할 수는 있지만 모두가 투자에 매달려야만 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투자 성공담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다른 질문도 던져야 한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끼게 됐는지, 그리고 그 불안의 근원은 무엇인지 말이다.

투자 열풍 속 우리가 진짜 들여다봐야 할 것은 계좌 속 수익률이 아니다. 주식창을 닫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의 불안, 그리고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고 느끼게 만든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짜 문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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