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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장에서] 반도체 키워드는 ‘공급·신뢰’…지금, 정말 파업할 때인가

최근 만난 반도체 부품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부품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은 이미 풀가동 상태다. 한 번 납기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시장이다.

[현장에서] 반도체 키워드는 ‘공급·신뢰’…지금, 정말 파업할 때인가

“지금 라인 멈추면 고객사 바로 빠집니다.”

최근 만난 반도체 부품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부품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은 이미 풀가동 상태다. 한 번 납기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시장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래서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지금, 정말 파업을 할 때인가.

반도체 산업은 예전과 다르다. 과거처럼 PC나 스마트폰 수요에 따라 오르내리는 사이클이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AI 투자 경쟁 속에서 돌아가는 ‘인프라 산업’에 가깝다. 수요의 성격 자체가 바뀌면서, 생산 차질이 곧바로 시장 지위 격하로 이어지는 구조가 됐다.

현장의 긴장감은 훨씬 직접적이다. 생산 스케줄은 이미 고객사와 촘촘하게 엮여있고, 맞춤형 반도체 비중이 늘면서 한 번 어긋난 신뢰를 되돌리기 어려워졌다. “이번 물량을 놓치면 다음 계약은 없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도 노사는 ‘올해 성과급’을 두고 맞서고 있다. 성과를 나누는 문제는 중요하다. 다만 지금 국면이 모든 걸 뒤로하고 그 논쟁에 매달릴 시점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산업의 방향은 이미 바뀌었다.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는 더 이상 범용 제품이 아니다. 고객사와 장기 계약으로 묶이고, 설계부터 생산까지 깊게 연결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진다.

이런 상황에서의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갈등으로 끝나지 않는다. 생산 차질은 곧 고객사 이탈로 이어지고, 이는 시장 지위 약화로 연결된다. 반도체는 조명을 껐다 켜듯 하루 멈췄다가 다음 날 즉시 복구되는 산업이 아니다. 특히 글로벌 고객사들은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한 번 흔들린 생산라인은 곧바로 다른 공급처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물론 노동자의 권리는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성과에 대한 보상 요구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산업의 흐름과 어긋난 시점의 강경 대응은 협상력을 키우기보다 오히려 스스로 깎아먹을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늘 사이클을 타왔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규모도, 속도도, 경쟁의 강도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지금은 ‘얼마를 더 가져갈 것인가’보다 이 격변을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가깝다.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것은 당장의 분배가 아니라 공급과 신뢰의 문제다. 함께 살아남지 못하면, 나눌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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