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한국항공우주산업 CI (사진=각 사)
| 이코노미사이언스 정연재 기자 |
자동차 기업과 항공우주 기업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동 수단의 개념이 지상 중심에서 공중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현대차그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공동 개발에 나서며 한국형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최근 미래 항공 모빌리티 기체 공동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단순 기술 제휴를 넘어 항공기 설계와 인증, 전동화 시스템, 양산 체계까지 함께 대응하는 구조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기술과 항공우주 산업의 기체 통합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AM은 기존 도심항공교통(UAM) 개념에서 한 단계 확장된 미래 이동 체계다. 전기 기반 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를 활용해 도심과 공항, 물류 거점을 연결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AAM 시장 규모가 장기적으로 수천조 원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인증 기준과 인프라 선점 경쟁에 나서는 이유다.
이번 협력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양사의 역할 분담이다. KAI는 군용기와 헬기, 고정익 항공기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체계종합 및 항공 인증 경험을 담당하고,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대량생산 기반 제조 역량을 맡는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미국 AAM 법인 슈퍼널과 연계한 글로벌 개발 체계가 함께 가동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항공 업계에서는 인증 경쟁력이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본다. 자동차는 국가별 안전 기준 차이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만, 항공기는 비행 안전성과 운항 체계까지 포함된 국제 인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eVTOL 전용 기준 마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항공산업 관계자는 “AAM 산업은 단순히 기체를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인증과 운영 체계, 배터리 안정성, 소프트웨어 신뢰성까지 동시에 검증받아야 하는 산업”이라며 “자동차 기업 단독으로 접근하기보다 항공기 개발 경험을 가진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반화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KAI 역시 최근 몇 년간 AAM 핵심 기술 확보에 집중해왔다. 전기 분산 추진 기술과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경량화 설계, AI 기반 조종 시스템 등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군용기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비행 안정성 기술을 민간 미래 모빌리티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협약 체결 장면 (좌) HMG장재훈 부회장 (우) KAI 김종출 사장 (사진=KAI)
현대차그룹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도심항공교통 시장에 투자해왔다. 2020년 CES에서 UAM 비전을 공개한 이후 미국 슈퍼널 설립과 함께 전동화 항공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단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산업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 AAM은 기체뿐 아니라 배터리, 전력반도체, 경량 소재, 통신, AI 관제 시스템까지 다양한 첨단 산업과 연결된다. 특히 국내 제조업 기반과 IT 인프라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 자동차 생산 역량과 ICT 인프라 수준이 높아 AAM 산업 확장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며 “다만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도심 항공 관제 체계와 안전 규제, 소음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력이 단순 기업 간 제휴를 넘어 한국형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미국과 중국, 유럽이 AAM 주도권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 역시 독자 기술과 인증 경험을 확보해야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길을 활용한 이동 체계는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개념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와 항공 기술의 융합이 본격화되면서, 미래 모빌리티 경쟁의 중심은 이제 도로를 넘어 공중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주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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