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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대차, 中기술 심은 아이오닉 V로 '배수진'···잔혹사 끊어낼까

중국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 CATL의 차세대 배터리를 탑재하고 중국 자율주행 선두 기업 모멘타(Momenta)의 주행 보조 시스템, 현지 최대 IT 기업 바이두(Baidu)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깊숙이 이식하며...

현대차, 中기술 심은 아이오닉 V로 '배수진'···잔혹사 끊어낼까

바이두 등 현지 빅테크와 기술 동맹

공장 가동률 및 점유율 회복에 총력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장에서 참관객들이 아이오닉 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영상 갈무리)

현대자동차가 지난 24일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현지 전략형 전기차 아이오닉 V(IONIQ 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중국 시장 재공략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이오닉 5와 6라는 글로벌 흥행작을 내세우고도 현지 최적화 실패와 늦은 시장 진입이 발목을 잡으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이오닉 V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현지 연구 인력이 참여해 상품성을 전면 재구성한 모델이다.

중국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 CATL의 차세대 배터리를 탑재하고 중국 자율주행 선두 기업 모멘타(Momenta)의 주행 보조 시스템, 현지 최대 IT 기업 바이두(Baidu)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깊숙이 이식하며 현지화 수준을 극대화했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그룹 차원의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중국을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테스트베드(Test Bed)로 삼아 현지의 고도화된 자율주행 및 배터리 생태계를 흡수할 계획이다.

또 베이징현대 생산 거점의 가동률 회복과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병행해 사업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 아이오닉 V 공개를 기점으로 모멘타, CATL 등과의 파트너십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10년 넘게 협력을 이어온 바이두와는 이번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자율주행과 AI 음성인식 기술 등을 아이오닉 V에 집약시켰다.

동시에 베이징현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며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현지 최적화하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현지 기술을 과감히 수용해 ‘중국식 속도’를 맞추는 한편, 시장 수요 중심으로 판매 네트워크를 효율화하겠다는 실용주의적 결단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현재 가동 중인 베이징 2·3공장과 창저우 공장 등 중국 내 남은 공장들을 아세안과 중동 등을 겨냥한 글로벌 수출 기지로 재편 중이다.

지난해 중국 내 생산 물량 중 수출 비중을 30~40% 수준까지 확대하며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내수 부진으로 발생한 유휴 설비의 가동률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중국의 우수한 공급망을 활용해 제3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아이오닉 V는 이러한 생산 최적화 로드맵을 구현하는 핵심 모델로, 중국 내수 판매 실적 개선을 견인할 전략적 차종으로 투입됐다.

지난 2016년 중국 자동차 시장의 10%를 점유했던 현대차의 위상은 전기차 전환기에 접어들며 급격히 위축됐고, 현재 1% 미만으로 점유율이 떨어진 상태다.

아이오닉 V의 성패는 이미 출시된 준중형 전기 SUV 일렉시오(Elexio) 및 향후 투입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모델들과 맞물려 현대차 중국 사업의 존립을 결정짓는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아이오닉 V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현대차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2년 중국 생산 중단 후 파산 절차를 밟은 다국적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2023년 철수를 공식화한 일본 미쓰비시(Mitsubishi)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해 중국에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며 사업 구조를 내수에서 수출 중심으로 전환한 미국 포드(Ford)의 전략적 결단도 주요하게 거론된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도 현대차 지휘부는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번 베이징 모터쇼 현장에서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발전 속도와 혁신 생태계를 보유한 필수 시장’으로 정의했다.

아이오닉 V를 필두로 한 중국 내 성장이 글로벌 전체 사업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봤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중국 사업의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재도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이오닉 V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을 위한 실전 시험대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및 AI 기술 검증이 비교적 자유로운 중국의 규제 환경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바이두, 모멘타 등 현지 빅테크와의 협업으로 축적한 소프트웨어 노하우와 CATL의 배터리 제어 데이터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적 행보에는 도전 과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현지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약화시켜 원가 경쟁력 확보에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변수와 로컬 업체들의 가격 공세 속에, 합작 법인(베이징현대) 형태인 현대차가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며 안착할지를 두고도 신중론이 제기된다.

이번 2026 베이징 모터쇼에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BYD는 초저가 모델부터 고성능 럭셔리 라인업까지 촘촘한 전동화 생태계를 과시했으며, 샤오미(Xiaomi)와 지커(Zeekr) 등 신흥 강자들은 스마트폰과 차량이 하나로 연결되는 초연결 기술을 앞세워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이오닉 V는 현지 업체들의 강력한 시장 장악력에 맞서 생존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국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오닉 V의 중국산 기술 채택은 시장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라며 “과거 현대차가 일본차를 상대로 가성비 전략을 펼쳤듯, 이제는 급성장한 중국 현지 부품망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면 돌파 전략”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단순한 기술 의존을 넘어선 기술 종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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