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원광식 HD현대중공업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 크리스 레베스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 최영 현대건설 뉴에너지사업부 전무
현대건설과 HD현대중공업이 미국의 혁신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와 손잡고 4세대 차세대 원자로인 ‘Natrium®(이하 나트륨)’의 본격적인 상업적 배치와 글로벌 공급망 확장에 나선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국내 대형 원전 시공 역량과 정밀 제조 기술이 미국의 첨단 원전 원천 기술과 결합해 전 세계 차세대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위치한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테라파워,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차세대 원자로 ‘나트륨’의 상업적 배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현대건설 뉴에너지사업부 최영 전무, 테라파워 크리스 르베크(Chris Levesque) 최고경영자(CEO), HD현대 강석주 전무, HD현대중공업 원광식 부사장 등 각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테라파워가 미국 내에서 추진 중인 나트륨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과 글로벌 추가 시장 확대를 위한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테라파워는 액체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Sodium-cooled Fast Reactor) 기반의 4세대 원전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대표적인 차세대 원자력 기업이다. SFR 기술은 높은 안전성과 가동 효율을 자랑하며, 기존 원자로에 비해 핵폐기물 발생량이 현저히 적어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테라파워는 미국 최초로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4세대 원자로 건설 승인을 획득하고, 와이오밍주에서 345㎿ 규모의 ‘케머러 1호기(Kemmerer Unit 1)’를 착공하는 등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및 고속로 시장의 선두 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협약에서 HD현대그룹의 고도화된 기자재 제조 및 중공업 역량은 프로젝트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HD현대그룹은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나트륨 기술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해 왔으며, 현재 케머러 1호기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의 제작을 맡아 공급망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원자로 용기는 고온·고압의 환경을 견뎌야 하는 고정밀 중공업 기술의 집약체로,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 원전 기자재 제조 기술의 글로벌 신뢰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UAE 바라카 원전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총 24기의 대형 원전을 시공한 풍부한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이번 삼사 동맹의 전략적 EPC(설계·조달·시공) 파트너로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축적한 독보적인 원전 건설 역량과 SMR 관련 고도화된 엔지니어링 역량을 투입해 나트륨 후속 상업 호기의 EPC 수행 참여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원전 및 중공업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3사 간의 동맹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글로벌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리스크를 해결할 실행력 높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테라파워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메타(Meta)와 협력 관계를 맺고 전력 공급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고효율·고안전성을 갖춘 SFR 기반 원전은 미래 첨단 산업 인프라의 필수 발전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원천 기술에 한국의 정밀 제조력과 플랜트 시공력이 결합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가장 확실한 원전 밸류체인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협약이 4세대 원자로 프로젝트의 참여 기반을 확고히 다졌다는 점에서 자사 원전 밸류체인 확대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SFR이 최근 늘어나는 AI 인프라의 핵심 발전원인 만큼 테라파워의 첨단 기술과 HD현대중공업의 제조 역량을 결합해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 폭증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건설은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에서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SMR, 원전 해체 사업 등 원력 산업 전반에 걸쳐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테라파워 역시 2035년까지 전 세계에 10기 이상의 원전을 공급한다는 공격적인 상업화 로드맵을 실행 중인 만큼, 국내 원전 시공 및 기자재 제조업계의 글로벌 수주 경쟁력은 향후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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