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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헬륨 의존 줄인 친환경 MRI 고도화 …지속가능 영상진단 시대 열리나

문제는 헬륨 수요가 의료 분야를 넘어 반도체, 항공우주, 연구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기존 MRI 한 대에 약 1500리터 수준의...

헬륨 의존 줄인 친환경 MRI 고도화 …지속가능 영상진단 시대 열리나

| 이코노미사이언스 김연옥 기자 |

의료기술이 ‘정확성’ 중심에서 ‘지속가능성’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고성능 영상진단 장비인 MRI(자기공명영상)가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기술 전환이 새로운 산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계기로 전 산업에서 탄소 저감과 자원 효율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헬스케어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OECD 분석에 따르면 의료 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4.4%를 차지하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간과됐던 환경 영향이 주요 관리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의료 기술이 단순히 치료 성능을 넘어 운영 과정에서의 환경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MRI 장비에서 두드러진다. MRI는 인체 내부를 정밀하게 촬영하는 핵심 진단 장비지만, 초전도 자석을 유지하기 위해 액체 헬륨을 사용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헬륨은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는 희소 자원으로, 천연가스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지기 때문에 채굴·정제·운송 전 과정에서 환경 부담이 발생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기화되는 특성으로 인해 지속적인 보충이 필요해, 자원 낭비와 공급망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는 소재다.

문제는 헬륨 수요가 의료 분야를 넘어 반도체, 항공우주, 연구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기존 MRI 한 대에 약 1500리터 수준의 헬륨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장비 운영 비용을 넘어 장기적인 자원 전략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필립스의 ‘블루실(BlueSeal)’ 마그넷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블루실은 완전 밀폐형 초전도 자석 구조를 적용해 헬륨 증발과 외부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헬륨 사용량을 약 7리터 수준으로 줄이며, 기존 대비 99% 이상 절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기술적 핵심은 ‘폐쇄형 크라이오제닉 시스템(cryogenic system)’이다. 기존 MRI는 개방형 구조로 인해 헬륨이 증발하면 보충이 필수적이었지만, 블루실은 내부 순환 구조를 통해 헬륨을 재사용한다. 이로 인해 헬륨 재충전이 필요 없는 운영 환경이 가능해졌으며, 공급망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단순한 자원 절감을 넘어 MRI 시스템 전반의 엔지니어링 설계를 바꾸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존 설치 시 필수였던 배기 파이프(vent pipe)가 필요 없어지면서 병원 내 공간 제약이 완화되고, 장비 무게 감소로 구조적 부담도 줄어든다. 이는 MRI를 대형 병원 중심에서 중소형 의료기관까지 확산시키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운영 측면에서도 효과는 분명하다. 헬륨 보충 및 유지 관리 비용이 줄어들고, 공급 지연이나 중단에 따른 장비 가동 리스크가 감소한다. 또한 헬륨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어, 병원 단위의 탄소 발자국 감소에도 기여한다. 결과적으로 ‘환경성’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기술 확장성 역시 주목된다. 기존 블루실 기술은 1.5T(테슬라)급 MRI에 적용돼 왔지만, 최근 3T 고자장 MRI 플랫폼으로 확대되며 고해상도 영상진단 영역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는 고성능을 요구하는 임상 환경에서도 친환경 기술이 병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MRI 기술 패러다임이 ‘고성능 경쟁’에서 ‘지속가능성 기반 경쟁’으로 전환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 영상진단 장비는 성능뿐 아니라 자원 효율, 에너지 소비, 공급망 안정성까지 포함한 종합적 경쟁력을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MRI를 비롯한 의료기술은 이제 ‘얼마나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는가’를 넘어 ‘얼마나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운영되는가’라는 새로운 기준 위에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기술 개발 방향을 재정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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