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란을 향해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들을 초토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최후통첩에 이란은 오히려 "더 강력한 보복을 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유는 물론 석유·가스에서 파생되는 각종 원자재의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품목은 헬륨이다. 반도체 웨이퍼 식각과 냉각에 필수 소재다. 세계 헬륨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는 카타르 라스라판 플랜트가 가동을 멈추면서 가격이 40% 이상 급등했다. 한국은 헬륨 수입의 65%를 카타르에 의존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산업에 직격탄이다.
헬륨뿐만이 아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며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핵심 원료다. 한국 수입의 45%가 중동산인데, 현물 가격이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재고가 보름 치에 불과해 석유화학 전반의 셧다운 위기까지 거론된다. 이미 여천NCC가 업계 최초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비료 원료인 요소와 황도 위험하다. 요소는 천연가스에서 얻은 수소로 만들고, 황은 석유·가스 정제 과정에서 생겨난다. 세계에서 교역되는 요소 비료의 22%, 황의 45%가 걸프 지역에서 생산된다. 전쟁으로 요소 가격은 35%, 황 가격은 40% 급등했다. 더욱이 황은 구리·니켈 제련에 쓰이는 황산의 핵심 원료다. 공급 차질이 2차전지 공급망에까지 파급될 수 있다.
지금은 에너지 위기를 넘어 산업 원자재 전체의 위기다. 호르무즈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국내 제조업 생산비가 최대 11.8%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2400만배럴의 원유 공급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헬륨·나프타·황 같은 전략 품목의 비축과 공급처 다변화도 서둘러야 한다. 석유·가스와 파생 원자재를 묶어 관리하는 통합 공급망 위기 대응 체계도 갖춰야 한다. 세계 7위권 교역국이 해협 한 곳 봉쇄에 이렇게 속수무책이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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