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몸에는 10개 이상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 가슴팍엔 ‘예루살렘 십자가’ 문양, 팔뚝엔 ‘데우스 불트’(Deus Vult, ‘신의 뜻이다’라는 뜻의 라틴어)란 문구와 미국 초기 성조기인 별 13개 성조기, 그리고 총과 칼을 그렸다. 지난해엔 이두박근 안쪽에 ‘카피르’(كافر)란 아랍어 단어도 추가했다.
문신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 신념을 드러내는 강력한 표현 수단 중 하나다. “난 이런 사람이다”라고 보는 이들에게 온몸으로 발신하는 메시지다. 예루살렘 십자가는 11세기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러 떠나는 십자군이 들었던 깃발에 수놓였던 문양으로, 당시 전투에 나서는 십자군은 “데우스 불트!”를 외치며 전의를 다졌다. 카피르는 아랍어로 ‘이교도’라는 뜻이다. 최근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은 미국 초기 성조기를 들고 반이슬람 구호로 데우스 불트를 외친다고들 한다. ‘나는 너희(무슬림)가 말하는 이교도다.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신의 뜻대로 21세기 십자군 원정에 나설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의 문신은 이렇게 읽힌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자신을 치유의 기적을 행하는 예수로 묘사한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를 올렸다.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미국의 이란 공격을 비판하고 있는 레오 14세 교황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헤그세스 장관의 문신은 역시나 강한 신념의 표시였나 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자신을 슈퍼맨, 왕, 교황 등으로 그린 이미지를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예수라니!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미국은 성인 10명 중 6명(퓨리서치센터 2023~2024년 종교지형 조사)이 기독교인인 나라다. 강성 지지층인 보수 개신교에서조차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12시간 만에 이를 삭제했다.
이번 전쟁을 ‘신의 뜻’이라고, ‘성전’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 가족과 헤그세스 장관 등 측근들이 전쟁을 이용해 방산주·원유 투자 등으로 사익을 얻고 있다는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나 여호와는 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출애굽기 20장 7절)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에겐, 성경에 담긴 이런 신의 뜻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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