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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허영주 대구시치과의사회 회장 “가격 경쟁 내몰린 치과의료, 수가 현실화·제도 개선 절실”

“의료는 공산품이 아닙니다. 가격만으로 의료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선 안 됩니다.”

허영주 대구시치과의사회 회장 “가격 경쟁 내몰린 치과의료, 수가 현실화·제도 개선 절실”

허영주 대구시치과의사회 회장

“의료는 공산품이 아닙니다. 가격만으로 의료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선 안 됩니다.”

허영주 대구광역시치과의사회 회장은 최근 대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치과계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이른바 ‘덤핑치과’ 문제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허 회장은 “치과 진료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치아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하는 의료 서비스”라며 “최근 일부 치과들이 저가 이벤트와 과도한 할인 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과의사들이 가격 경쟁에 내몰리면서 의료의 본질보다 마케팅 경쟁이 앞서는 현실을 우려하며, 치과 의료보험 구조의 문제를 언급했다. 충치치료와 신경치료, 치주치료 등 필수 치과의료는 시간과 노력, 장비와 재료가 많이 투입되지만 건강보험 수가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치과에서는 비급여 진료를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처럼 필수 치과의료 분야 역시 위축될 수 있다”며 “환자를 상품이 아닌 환자로 바라보는 의료 환경과 정당한 진료가 적절히 보상받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광고 문제도 현안으로 꼽았다. 현재 버스 광고나 옥외 광고 등은 심의 대상이 되지만 유튜브나 SNS를 활용한 의료광고는 규제 사각지대가 많다는 설명이다. 광고대행사 등을 통해 의료광고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협회는 보수교육 등 회원 관리 책임을 맡고 있지만 정작 자율징계권은 없다”며 “의료 질 관리와 자정 기능 강화를 위해 협회의 자율징계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치과의사회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인 ‘희망의 징검다리’ 사업에 대해서는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해당 사업은 2015년 시작됐으며 당시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임플란트 건강보험 혜택이 있었지만 65세 미만 취약계층은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 예산으로 기공비를 지원하고 나머지 치료비는 치과의사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예산 감소 등 영향으로 치료 지원 인원이 사업 초기 227명에서, 최근 연간 80명 안팎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예산상 한계로 가장 적합한 치료 대신 차선의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공구강복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된다면 다수의 취약계층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 치의학 산업 육성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대구는 경북대 치과대학을 중심으로 오랜 치의학 교육 역사를 갖고 있고 수준 높은 의료진도 풍부하며, 메가젠임플란트와 덴티스 등 치과 관련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의료 산업 기반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수 인력의 수도권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중심으로 연구인력과 기업, 의료기관이 함께 성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섬유산업과 자동차부품산업 중심이었던 대구 산업 구조가 한계에 직면한 만큼 앞으로는 치의학과 의료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대구는 치과산업과 의료산업을 중심으로 ‘덴탈 메디시티’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치과계의 역할 변화에도 주목했다. 특히 치매 환자와 요양시설 입소자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중심으로 예방 중심의 방문구강관리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허 회장은 올해 대구시치과의사회 80년 역사상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된 의미에 대해서도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여성 회원들이 협회 활동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성의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회장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회원을 위한 봉사정신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맡을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최초 여성 회장’이라는 상징성보다 회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제가 여성 회장을 맡게 된 것이 앞으로 여성 회원들의 참여를 넓히는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회원들과 함께 의견을 모으고 해결책을 찾는 협력형 리더십을 통해 신뢰받는 치과의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나의 지식과 술기가 구강이 아닌 환자를 치유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존경받는 의료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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