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통적으로 해운 강국으로 불린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톱 10에 이름을 올려왔다. 일시적으로 침체기도 있었지만 현재 시점에서도 여전히 해운 강국의 반열에 들어 있다. 대략 70여년의 성장사는 극적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해운업은 1952년 현 한진해운의 전신인 해운공사가 한일항로를 신설하고 그 다음 해 처음으로 미국 항로도 개척함으로써 막을 올렸다. 1964년에는 고려해운이 국내 최초로 외항 상선을 건조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후는 순항이었다. 1964년부터 1979년까지 10만명에 이르는 상선 선원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5억6천만 달러로 비슷한 시기 독일로 파견된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5배가 넘었다. 1976년에는 HMM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운 기업들도 줄이어 탄생했다.
부침을 거듭하기는 했으나 2020년대 이르러 우리나라 해운업은 다시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23년 기준 외화가득산업 순위를 보면 반도체가 987억달러, 자동차 709억 달러였고 해운업도 319억 달러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편이다. 또 우리나라 해운 산업의 선복량은 2025년 기준 세계 4위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를 앞선 나라로는 중국과 그리스, 일본이 있다.
이처럼 해운업이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데는 우리나라 수출 주도 경제구조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권 수출 강국인데 이 물동량의 99% 이상이 해운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거기에 세계 최강의 조선업이 뒷받침하는 데다 세계 최고 해양 전문인력이 배출된 것도 우리나라 해운업의 발달을 떠받쳐온 저력이다. 물론 정부의 지원도 성과를 내는 요인이다. 관련 업계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운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 부회장이 지난달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 조선·해운업이 처한 구조적 위기를 언급했다. 그는 2024년 국내 중견 해운사가 벌크선 5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다면서 이는 가격 면에서 중국산이 무려 30%나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선 및 해운업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이니만치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 양 부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이 지난 20년간 조선·해운 투자를 방치한 결과 글로벌 선박 건조 능력이 1970년대 17%에서 현재는 0.1%로 추락한 사례를 소개했다.
지금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중대한 고비에 서 있다. 아직 규모 면에서 세계 4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머잖아 순위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새로운 상선 건조가 부진한데다 노후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환경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여서 적극적인 대응이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앞서 해운업 위기를 강조한 양 부회장은 “‘애국심만으로는 회사를 못 지킨다’는 해운사의 호소는 구조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 해운업 미래는 정부의 손에 달렸다는 호소로 들린다.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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