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경찰청·소방청, ‘해외 사건·사고 경험담 공모전’ 개최
여행의 추억에 가려졌던 위험, 이번엔 이야기로 꺼낸다
[천지일보=최치선 여행전문기자] 해외여행을 떠날 때 사람들은 대개 항공권과 숙소, 맛집과 동선을 먼저 챙긴다. 그러나 막상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휴대전화를 도난당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와 마주하면 여행은 순식간에 전혀 다른 얼굴이 된다.
해외 여행 사건 사고 경험담 공모(제공=외교부)ⓒ천지일보 2026.03.16.
외교부와 경찰청, 소방청이 3월 16일부터 5월 18일까지 ‘제6회 해외에서 겪은 사건·사고 경험담 공모전’을 여는 것도 바로 이런 현실을 정면으로 꺼내기 위해서다. 즐거웠던 여행담이 아니라, 실제로 겪었던 위기와 대처의 기록을 모아 더 안전한 여행의 감각을 나누자는 취지다.
공모 부문은 동영상, 인스타툰, 수기 3개다. 주제는 단순한 체험담에 머물지 않는다. 해외안전여행 팁, 위험 상황 대처요령, 영사조력을 받은 경험 가운데 하나 이상을 담아야 한다. 외교부는 심사를 거쳐 총 10편의 수상작을 선정할 예정이며, 참가자는 공모전 공식 누리집을 통해 응모할 수 있다. 세 기관이 함께 여는 이번 공모전은 여행자 개인의 불안과 실수를 숨기지 않고, 사회 전체의 안전 정보로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최근 해외여행의 회복 흐름도 깔려 있다. 여행이 다시 일상이 되면서 사건·사고 역시 여행의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다. 외교부는 올해 1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별도의 해외안전여행 캠페인을 벌이며 국가별 안전정보 확인과 앱 이용을 적극 안내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커질수록, 안전 정보 역시 출국 직전이 아니라 여행 준비 단계에서부터 함께 챙겨야 한다는 메시지가 더 선명해진 셈이다.
실제로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시스템은 꽤 촘촘하다.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서는 국가별 안전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영사안전콜센터는 국내 02-3210-0404, 해외 +82-2-3210-0404로 24시간 연결된다. 외교부는 별도 안내를 통해 해외에서 무료전화 앱과 상담 서비스도 운영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막상 닥쳐보기 전에는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담은 공지문보다 강하다. 누군가의 실제 실수와 대응 과정은 여행자에게 가장 오래 남는 안전 매뉴얼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전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사건·사고는 대개 개인의 불운으로 소비되고 끝나기 쉽다. 그러나 그 안에는 출국 전 준비 부족, 현지 정보 부족, 긴급연락망 미확인, 언어 장벽 같은 공통의 허점이 숨어 있다. 외교부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사건·사고 예방과 대처 방법에 대한 국민 이해를 높이고, 세 기관이 ‘원팀’으로 재외국민 보호망을 더 촘촘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난감했던 순간이 다음 여행자에게는 실제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는 셈이다.
이 공모전은 여행기사의 관점에서도 흥미롭다. 그동안 여행 보도는 주로 아름다운 풍경과 새로운 명소, 계절의 변화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여행이 진짜 삶과 맞닿는 순간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곤란 속에서 드러난다. 길을 잃었을 때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소지품 분실 뒤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영사조력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위급 상황에서는 어떤 번호로 연락해야 하는지 같은 문제는 화려한 여행 사진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이번 공모전은 그 현실을 공공의 언어로 꺼내는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전 수상작 제목들만 봐도 공모전의 결이 읽힌다. “여권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지금, 저 납치 당한 건가요?”, “혼행인 듯 동행 같은 혼행!” 같은 작품들이 실제로 수상한 바 있다. 거창한 영웅담보다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당황스러운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을 헤쳐 나온 구체적인 과정이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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