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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항만은 하나, 고민은 네 갈래… ‘해외 공동사업’ 대안으로 부상

정부의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둘러싸고 항만업계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국 4개 공사 통합 추진 반발 확산

이해관계·수익 배분 논의가 우선

주요 취급 화물·역할 제각각… 합칠땐 수요 반영 난항

인천 신항·배후단지 개발 연기·임대료 할인 축소 우려

한강 하구 토사 유입… 필수 준설 예산 확보 지연 문제도

기존 글로벌사무소·네트워크 활용해 포트세일즈 확대

협력 지속하려면 사업 주체·투자·성과 할당 구체화를

지난달 7일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들이 인천항만공사 통합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인일보DB

정부의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둘러싸고 항만업계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천·부산 등 항만도시 지자체장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적 득실을 따져 통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통합의 실익과 추진 근거를 둘러싼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항만업계에서는 조직을 통합하는 대신 해외 공동사업 등 기능별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항만별 취급 화물과 사업 수요가 달라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만큼, 협력사업의 추진 주체와 비용·수익 배분 등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항만별 특성 다른데…자율성 약화·투자 후순위 우려

인천항만공사. /경인일보DB

정부가 지난달 3일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가칭)로 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한 이후 항만별 전문성과 의사결정 권한이 약화할 수 있다는 염려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항은 환적화물, 인천항은 수도권 수출입화물, 울산항은 액체화물,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원자재 등 항만마다 주요 취급 화물과 역할이 다르다. 이에 따라 필요한 항만시설과 개발사업에도 차이가 있어 통합 기관이 각 항만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항만업계의 설명이다.

인천에서는 통합 항만공사가 각 항만의 투자 우선순위를 정할 경우 인천 신항과 항만 배후단지 개발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제때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인천항에서 발생한 수입을 지역 수요에 맞춰 투자하던 구조가 바뀌면서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해 온 사업의 시기와 규모도 통합 기관의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항과 수도권 화물을 놓고 직접 경쟁하는 평택항이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논란이다. 정부는 항만 간 과당경쟁을 통합 근거로 제시했지만, 물류업계는 인천항과 부산·울산·여수광양항의 주요 취급 화물과 배후권역이 서로 달라 직접적인 경쟁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화물은 해상운임뿐 아니라 항만에서 최종 목적지까지의 내륙 운송비를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 등을 함께 검토해 최적의 운송 경로를 정한다”며 “이 때문에 같은 컨테이너 화물이더라도 인천항이나 평택항은 충남 이북의 공장이나 수도권에서 필요한 원부자재나 소비재가 많은 반면, 부산항은 충남 이남에서 사용되는 화물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인천 항만업계는 통합 이후 항만 배후단지 임대료 할인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도 걱정하고 있다. 인천항 배후단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산정하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공시지가가 입주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인천항만공사가 할인 혜택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통합 이후 항만별 임대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혜택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인천항 입주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평택항과 수도권 화물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임대료가 오르면 화주들이 보관·운송 거점을 평택항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게 인천 항만업계의 주장이다.

항만 유지관리에 필요한 예산 확보도 문제로 꼽힌다. 한강 하구와 인접한 인천항은 토사 유입으로 선박이 안전하게 드나드는 데 필요한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준설이 필요하다. 인천 항만업계는 통합 기관이 각 항만에 예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인천항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필수적인 준설 사업마저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해외사무소 공동 활용·화물 유치…기능별 협력 대안

지난달 27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이 ‘항만공사 통합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경인일보DB

항만업계에서는 조직을 통합하지 않고도 항만공사 간 협력을 통해 중복 업무를 줄이고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항만별 운영과 인프라 조성은 각 항만공사가 맡고, 해외 화물 유치와 국내 물류기업 지원 등 공통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공동 추진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협력 대상으로는 각 항만의 주요 교역 상대인 동남아시아 지역이 거론된다. 항만공사들이 확보한 해외사무소와 현지 기업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업 지원과 포트세일즈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항만공사의 해외사무소는 현지 물류 세미나와 기업 교류를 통해 통관·물류 정보를 제공하고, 국내외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베트남 호찌민과 중국 상하이에서 해외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인천항만공사 호찌민 사무소는 올해 초 중동 분쟁의 영향으로 항공화물 운임이 급격히 상승했을 당시 현지 물류업체와 협력해 화물이 인천항을 거쳐 운송될 수 있도록 새로운 운송 경로를 발굴하고 실제 화물 운송으로 연결한 바 있다. 항만업계는 각 공사가 확보한 해외 물류정보와 기업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이러한 기업 지원 활동을 다른 항만과 연계해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사·화주·포워더 등을 대상으로 항만의 항로와 서비스를 소개하는 포트세일즈도 협력 가능한 분야다. 항만공사들이 개별적으로 해외 기업을 접촉하는 대신 한국 주요 항만의 항로와 물류 서비스를 함께 소개하면 화물의 목적지와 품목에 따라 적합한 운송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 마케팅의 중복을 줄이는 한편, 항만별 강점에 맞춰 화물을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해외 물류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해 투자 부담을 분담하고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 역시 협력 방안으로 거론된다.

정부도 항만공사 간 해외사업 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6월 4개 항만공사와 해외사업 공동 진출을 위한 첫 회의를 열었으나, 이후 항만공사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공동사업 추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베트남 현지 물류업체에서도 항만공사의 해외사무소 공동 활용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각 항만공사가 해외 주요 물류거점마다 사무소를 설치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사무소와 기업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현지 기업에 대한 지원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현지 물류업체 관계자는 “작은 기업은 현지 통관 제도 변화에 대해 관계기관에 어려움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항만공사들이 해외사무소를 공동 활용하면 총영사관과 코트라 등 현지 기관에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창구도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해서는 항만공사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만별 주요 항로와 취급 화물, 터미널 여건이 다른 만큼 필요한 해외 거점과 사업 우선순위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동사업에 참여하더라도 각 공사가 얻는 효과가 달라 투자 규모와 운영 방식, 성과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인천연구원 김운수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항만공사가 사업을 주도하고, 다른 기관은 투자에 참여하면서도 충분한 실익을 얻지 못한다면 협력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별도 공동출자법인을 만드는 경우에도 사업을 이끌 주체와 의사결정 구조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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