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이 되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계획(2023)’과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통해 공교육의 AI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시대적 요구이자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현재의 초중등 AI 교육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답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교육부 정책과 국회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AI 교육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그 내용과 방향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어휘력과 사고력의 기반 없이 이루어지는 프롬프트 교육의 문제다. OECD PISA 2022 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학생들의 읽기 이해력과 추론 능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AI 프롬프트 교육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질문은 단순 검색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AI 활용 능력의 격차로 이어진다.
둘째, ‘AI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코딩 및 교구 중심 교육의 왜곡이다. 많은 학교 현장에서 AI 교육은 여전히 블록코딩, 로봇 키트, 체험형 활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도서관과 국회미래연구원 자료에서도 지적하듯, 에듀테크 중심 교육 구조는 교육의 본질보다 콘텐츠 공급 구조에 영향을 받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주도권이 교사가 아닌 제품과 프로그램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셋째, 알고리즘 이해 부족 문제다. 현재 교육은 결과를 사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그 결과가 어떤 논리와 절차를 통해 도출되는지에 대한 교육은 부족하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의 핵심 구조이며,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AI를 활용하는 것은 단순 소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넷째, 인공지능 윤리 교육의 공백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표절, 허위정보 생성, 책임 회피 문제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에서 윤리 교육은 여전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또한 AI 교육 확대 과정에서 윤리와 책임 교육의 중요성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부와 국회 자료를 종합해 보면, 현재 인공지능 교육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그 방향성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AI 교육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첫째, AI 교육은 문해력 기반 교육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프롬프트 교육 이전에 읽기, 이해, 질문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AI 활용 능력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교구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AI 리터러시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데이터, 알고리즘, 학습, 추론의 개념을 이해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교육의 핵심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셋째, 알고리즘 이해 교육을 필수화해야 한다. 코딩 이전에 문제 해결의 논리 구조를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이해 가능한 기술로 인식할 수 있다.
넷째, AI 윤리 교육을 필수 교과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기술 활용에 따른 책임, 저작권, 정보 신뢰성에 대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디지털 시민성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공교육 중심의 AI 교육 표준을 확립해야 한다. 에듀테크 기업의 콘텐츠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되, 교육의 방향과 내용은 국가와 학교, 교사가 주도해야 한다.
결국 AI 교육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력과 판단력에 있다.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작 생각하는 힘과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을 충분히 길러주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기본 역량은 더욱 중요해진다. 지금의 초중등 AI 교육이 방향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AI는 기회의 도구가 아니라 또 다른 격차를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다.
이제는 양적 확대를 넘어, 교육의 본질로 돌아갈 때다.
박승진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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