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경
한국전력은 정부의 규제 혁신 기조에 발맞추고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자재 공급자 관리지침을 대대적으로 수정한다고 24일 밝혔다. 품질과 안전이라는 핵심 가치는 견지하면서도 기존의 경직된 제재 중심 운영 방식을 예방과 시정 위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한전은 그동안 변압기와 개폐기 등 전력 공급용 주요 기자재 1천6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제조 능력과 품질 체계를 사전 심사해 입찰 자격을 부여하는 등록제도를 운영해 왔다. 1997년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시행되는 이번 전면 개편은 기업들에 가해졌던 과도한 규제를 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큰 변화는 징벌적 제재의 폐지다. 기존 지침에 명시됐던 3개월에서 2년에 달하는 유자격 등록정지와 재등록이 2년간 제한되는 등록취소 규정을 삭제한다. 대신 국가계약법과 중복되는 입찰 담합이나 서류 위변조 등 부정행위는 관련 법령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 체계로 일원화해 관리한다.
행정적 착오나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소명과 시정 기회를 대폭 확대한다. 변경 승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수시 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 즉각적인 제재 대신 시정 요청과 개선 유도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기업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관리 조치를 병행하며 자율적인 품질 향상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품질 검증 체계는 타협 없이 유지한다. 도로와 주택가 등 생활 밀접 지역에 설치되는 전력 기자재의 특성상 불량 발생 시 화재나 감전 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 평균 1만 7천900여 명에 달하는 전력 설비 작업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도 엄격한 품질 관리는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역시 국가 경제의 근간인 만큼 고도의 신뢰성을 요구한다. 정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반도체와 화학 등 첨단 산업 현장의 가동 중단이나 데이터센터 장애로 이어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서류·현장 심사와 공인기관의 인정시험 등 기존의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지속하며 품질 미흡 기자재에 대한 재검증도 철저히 시행한다.
이와 함께 2006년부터 운영 중인 품질 등급제도 내실을 기한다. 하자율과 고장률 등을 종합 평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기업에는 납품 검사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하고, 하위 업체에는 성능 확인 시험을 통해 장기 신뢰성을 검증받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이번 지침 개편을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동시에 전력망의 안정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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