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고유가·추경 편성 속 인플레이션 우려와 성장 둔화 리스크가 공존하는 통화정책 환경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동결 유지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창용 총재 마지막 금통위 발언에 시장 촉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뉴스로드] 이번 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채권시장이 다시 한 번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중동 전쟁 여파로 크게 흔들린 뒤 이달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개시를 계기로 겨우 숨통을 트기 시작한 상황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작은 신호에도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의 지배적인 전망은 오는 10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연 2.50%)가 만장일치로 동결된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통위인 만큼 향후 통화정책의 ‘톤’을 어떻게 잡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물가와 성장 모두 상·하방 리스크가 공존하는 전형적인 불확실성 국면이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경계심이 높아진 반면, 고유가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추진까지 더해지며 통화·재정 정책의 조합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졌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비쳤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기조를 상당 부분 거둬들이고,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한 ‘매파적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이번 한국은행 금통위는 매파적인 동결 스탠스를 보일 것”이라며 “단순한 중립적 동결보다는 매파적 색채를 일정 부분 내비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고유가가 경기에는 부담이지만 국내 여건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 보완 효과까지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성장 여력이 뒷받침되는 만큼 물가 안정에 더 방점을 찍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사실이기 때문에 발언은 매파적일 수밖에 없다”며 “타국에 비해 절하가 심한 원화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키울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비칠 여지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상 소수의견 1명이 있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다”며 “소수 의견 등장 여부와 상관없이 통화정책방향 의결문(통방문)이나 기자회견에서는 인상 논의가 있었다는 메시지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를 “인상으로 가는 빌드업의 첫 번째 단계”로 규정했다.
물가 경로를 근거로 한 매파 강화 전망도 제기된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간 물가 상승률이 2.0%에서 2∼3분기 중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은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2월 회의에서 한은이 ‘6개월 내 점도표를 통해 인상 전환보다 인하 여지를 남겨뒀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에는 3개월 구두 가이던스에서는 인하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위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지나치게 매파적인 스탠스보다는 ‘신중한 중립’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에서는 ‘신중한 중립 기조’ 속에 향후 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 등의 변화를 시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대규모 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매파적으로 해석되기보다는 중립적인 균형 잡힌 기조가 강조될 것”이라며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편성한 상황에서 선제적인 긴축이나 시장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것은 정책 조합 측면에서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강화될 수 있으나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단기 정책 경로에 대한 전반적인 톤은 중립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한은이 ‘모든 옵션을 열어두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자회견에서는 당분간 전쟁의 전개 상황을 지켜보겠으나 경기의 하방 리스크,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모든 통화정책 옵션을 열어 둘 수 있음을 강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통위 결과가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전쟁 이후 국내 채권시장은 주요국보다 더 큰 약세와 높은 변동성을 겪었다. 김지나 연구원은 “전쟁 이후 글로벌 주요국 채권시장 대비 국내 채권시장 약세 폭이 더 컸고, 변동성 또한 매우 높았다”며 “기자회견이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매파적 대응을 거론한다 해도,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금통위의 ‘톤’보다 국제유가 흐름이 채권금리의 더 직접적인 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예하 연구원은 “시장금리는 이미 약 3회 수준의 금리 인상을 선반영한 상황에서 매파적 금통위로 인한 영향보다는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란과 미국 간 협상 여부와 내용이 국제유가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내 실제 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싸고도 전망은 엇갈린다. 조용구 연구원은 “기준금리는 2분기까지 동결이 지속된 이후 3분기 25bp 인상을 전망한다”며 “2분기 중동 전쟁의 추이와 선진국 통화 정책, 물가 상승 압력을 확인한 후 한차례 인상 대응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준우 연구원은 “유가 안정이나 수요 둔화가 확인되기 전까지 금리 상승 리스크가 남아 있다”면서도 “다만 성장률 충격까지 고려하면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는 유효할 것이며 섣부른 인상은 경계할 것”이라고 했다. 성장 둔화를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대응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에 대한 당사 기본 전망은 연내 동결”이라며 “중동 이슈 향방이 현재까지 불확실하며 장기화하면 한 차례 정도의 인상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 정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충격 유입이 제한적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4월 금통위 전후로 전쟁 위험이 완화되면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총재의 마지막 금통위에서 한은이 선택할 문장은 ‘매파적 동결’과 ‘신중한 중립’ 사이 어디쯤일지, 그리고 그 미세한 어조 차이가 이미 예민해진 채권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가 이번 주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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